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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어떤 것이 서민에게 더 좋은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최근 경제에 관심을 갖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 중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중에서 무엇이 가난한 서민에게 더 좋은가 하는 문제였다. 각자를 옹호하는 계층에서는 상당히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을 주장하는 사람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야만 회사에서는 미래의 경기를 좋게 보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게 되므로, 서민은 비록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고용에 따른 소득이 상승하게 되어 생활은 윤택하게 될 것이란다. 이 주장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이 닥치면 기업은 고용을 바로 줄이게 되는데, 서민은 비록 물가가 낮아지더라도 실업에 따른 빈곤 때문에 생활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디플레이션을 주장하는 사람은, 물가가 하락하는 것은 주로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고, 생산능력이 증대되면 생활이 윤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주로 봉급생활자인 서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되지만, 자산가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므로, 결국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화폐적인 현상일 뿐이므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없이 언제나 물가가 동일한 사회를 유지하기 힘들다. 물가 당국에서는 일정한 제한을 두고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목표가 된다. 많은 경제학자가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도 아베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다. 아무튼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의 여러 나라의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적정한 수준에서 조장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교대로 반복하던 19세기에 유럽의 경제는 디플레이션 때 오히려 더 강력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을 볼 수 있다.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기간 중간마다 짧은 인플레이션 기간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디플레이션이 당연한 현상이었고 인플레이션은 예외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인들은 디플레이션에 대비한 정책을 취했고 그에 적응해왔다.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적응력이 떨어져 경제적인 충격이 왔던 것이다.

그 반면 20세기는 단연 인플레이션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줄곧 물가상승만을 경험하였다. 이것은 "금융자본주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의 신용창조에 따라 사회적으로 빚을 급격하게 확장시켰다. 잘 사는 사람은 빚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신용이 좋은 사람이 되었다. 반면 빚을 내기 어려운 사람은 가난하게 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는 큰 호황을 누렸다. 서민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게 됨에 따라 절대적으로는 소득이 향상되어 국가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큰 불만이 없게 되었다. 국가는 이를 기화로 금융자본에 큰 혜택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가 금융을 통제했기 때문에 금융을 통해서 일부 계층에 큰 특혜를 주었고, 특혜를 받은 대기업을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서 경제 전반을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햐흐로 세계는 인플레이션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던 시대에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 디플레이션은 금융당국의 통화발행 축소보다는 부채의 청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본원 통화를 크게 늘렸지만, 민간이 빚을 늘리기를 꺼려하고 오히려 빚을 갚기 시작함에 따라 은행을 통한 신용창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서민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빚을 청산하지 않으면 서민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잃게 된다. 디플레이션은 빚에 의한 결박을 끊고 경제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인가?

경제사적으로도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경제발전에 기대한다. 봉건귀족에게서 독립된 부르조아(도시에 거주하는 시민계층)가 주도한 경제에서, 이제는 서민(노동력을 제공하여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프롤레타리아)이 주도하는 경제로 이행될 수 있을까? 디플레이션의 시대에서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하고, 생산력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까? 공산주의는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경제시스템을 구축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오히려 당 간부가 권력자가 되어 자유에 막대한 저해를 가져왔다. 미래의 생산시스템에서는 노동자가 빚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가운데 생산력 향상에 기여하는 시대가 올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