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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인 필요와 정신적인 필요의 선후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이런저런

흔히 사람은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에는 정신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동양 고전에서도 "먹고 입을 것이 넉넉해야 예의를 차릴 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관중과 같은 현실적인 정치가가 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말이다. 관중은 춘추시대에 현명한 재상으로 제나라 환공을 중원 여러 나라의 맹주가 되게 한다. 


그런데 공자나 맹자와 같은 유교에서는 설사 식량이 없더라도 백성이 적과 싸울 전투의지(또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끝내는 조그만 성을 적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자치통감을 보면 진나라가 3국으로 분열되기 전에 지백이 위나라를 침공할 때 위나라 제후는 진양으로 피난한다. 진양으로 피난한 이유는 특이하다. 진양 백성은 선정의 혜택을 입었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와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진양 백성은 강물이 성을 뒤덮어도 배반하지 않았고 위나라는 전쟁에서 승리한다. 


물질적인 것와 정신적인 것 중에서 무엇이 앞서느냐 하는 문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식을 잡아먹는 것은 매우 드물다. 어떤 역사서에서는 4면이 포위된 성에서 식량이 바닥나자 극심한 빈궁 중에 정신적인 발작을 잃으켜 자기가 낳은 자식까지도 잡아먹게 된 가련한 여인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이런 사례는 아주 예외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배가 조금 고픈 경우라도 친밀한 형제 간에 빵 한 조각을 두고 다투는 경우는 흔히 있을 수 있다. 즉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를 것이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예의를 못 차릴 이유는 없다. 인간의 정신은 본능적인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 명예 때문에 심지어 자기나 친지의 목숨까지도 끊을 수 있다. 반면, 윤리가 떨어진 곳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사소한 이익을 두고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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