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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시킨트의 향수: 그루누이, 자폐증에 걸린 천재(작가도 자폐증?)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딴나라말

"향수"

냄새. 코에 의한 감각작용이 무한히 발달한 그루누이(프랑스어로는 개구리라는 뜻)라는 사나이.


이 소설을 창조한 작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쥐스킨트는 "좀머씨 이야기"로도 유명합니다. 여기서 좀머씨는 다소 특이한 사람입니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처럼요. 쥐스킨드는 매우 특이한 작가이고요. 언제나 언론의 인터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 곳에서 은둔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혹시 그루누이는 작가의 투영은 아닐까요?


아마도 이 소설은 영화로 더 유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루누이가 자폐증에 걸린 천재로 봅니다. 제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 보니 저는 자폐증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향수의 주인공을 살펴보면 그루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물론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고 상당한 부분에서 유사합니다. 대체적으로 자폐 아동은 어떤 특정한 감각기능이 고도로 발달된 특징을 보입니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도덕적인 감각이 무디지요. 자기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다 보니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필요성의 관점에서만 해석하고 이해할 뿐이에요.


이 소설에서도 그루누이는 오직 냄새만을 추구하지요. 최고의 향수를 얻기 위해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마다하지 않아요.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향수 앞에서 나약한지.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의 모든 감각이 냄새에 집중되고 오직 냄새에 의해서 인간이 조종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참 그로테스크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그렇지요.


이 책을 한글로 번역된 것으로 건 10여년 전에 읽은 적이 있고, 최근에는 독일어로 1회독을 했습니다. 독일어 공부하는 차원에서 읽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독일어 실력은 불만족스럽습니다. 사전 찾아보기를 싫어하는 성미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는 게 습관화되어 있지요. 여러번 읽으면 저절로 그 뜻을 알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책도 몇 번을 읽어야 세부적인 사항까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2회독을 시작했습니다. 쥐시킨트의 문장은 매우 감각적입니다. 아주 뛰어난 문장이기는 한데, 확실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문장이기도 합니다.


책이 부담되신다면, 영화를 보세요. 영화는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