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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습의 경험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0 딴나라말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1년 정도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빵점을 맞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한글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을 수 없으니 뭐가 뭔지를 알 수 있어야지요.

또한 저는 유독히 글자 깨우치기가 더뎠던 것 같습니다. 글쎄 보통 사람이라면 몇 달이면 깨우칠 기역니은을 무려 1년 이상 걸렸으니까요. 

그러한 콤플렉스가 아무래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는 한문이나 다른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한 자극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어찌 됐든, 중학교를 졸업하고 쉬는 동안 문교부 지정 1800 한자를 배우면서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한 한자의 조합이 아니라 일정한 문법적 틀을 가진 언어로서 한문을 대하게 된 것이지요. 이 때 동양적인 사고가 담긴 한문은 생경하리라 할 만큼 문화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공부는 학교에서 끝내고 집에 와서는 한문 고전인 사서를 읽었습니다. 사서삼경을 흔히 이야기하지만, 아무래도 3경은 읽기가 어렵고 도무지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조차 알 수가 없더군요. 사서는 그런 대로 이해는 한다고 하였습니다. 언어적인 의미에서의 이해이지 그 깊은 뜻은 지금 와서 보니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사서를 읽었다는 겉멋을 부릴 뿐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심심할 때마다 고문진보를 열독했습니다.

한문은 나름대로 읽는 맛이 있습니다. 

특히 전혀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는 문장을 어디에서 끊어서 읽을지를 탐구하는 것은 마치 수수께끼를 풀거나 범죄수사의 단서를 포착하는 것만큼 재미가 있더군요. 

물론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문 책을 손에서 놓았고 차츰 독해 자체가 어렵게 되더군요.

최근 논어와 맹자를 읽는데 한문의 깊은 뜻은 고사하고 표면적인 의미조차 해석이 안 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이나 독학해서 알게 되었던 것을 거의 다 까먹었더군요.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한문을 접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저도 중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을 내 삶의 지표를 삼고 있지만, 내 사고의 틀을 이해하고 주변 문화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동양고전의 이해가 필수라고 여기게끔 됩니다. 그래도 우리가 숨쉬고 생활하는 동양적 문화환경은 논어 맹자와 같은 고전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겠지요? 

과연 지금 한문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도 생각합니다. 차라리 우수한 번역본을 읽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원문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견해를 추종할 수밖에 없지만 내가 스스로 원문을 읽어 독파할 수 있다면 독자적인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 어차피 내가 동양사상에 관한 심오한 철학을 써서 발표할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더 많다면 여유롭게 차근차근 동양학을 공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 천자문을 읽는데, 제가 모르는 글자도 종종 나오더군요. 천자문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