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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특허를 부여하기 어려운가?(2)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9. 2. 19. 14:20 돈벌고쓰고/기업경영전략

앞선 글에서는 최근 인공지능이 크게 발전하여 머지 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장차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가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특허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가?(https://steemit.com/kr/@eunsik/bjxmi-1)

이번에는 현행법상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특허를 부여하는 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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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특허를 부여하기 어려운가?

1.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

지능이란 스스로 인식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낸 지능이다. 그런데 생각하는 능력만으로는 외부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생각한 바를 외부에 표출하거나 그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인공지능에 포함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주로 컴퓨터 공학의 산물이다. 따라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일반연산을 담당하는 기계적 장치로서 범용칩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에 특화된 칩이 최근에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가 누적되어 활동됨에 따라 인공지능 개발에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기에 아직 법적으로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인공지능과 유사한 실체를 규정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법으로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과 「소트트웨어산업 진흥법」을 들 수 있다. 이들 법에서는 "지능형 로봇" 또는 "소프트웨어"를 규정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의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인공지능도 결국은 하드웨어의 작동이 필요하므로, 대체적으로 인공지능이란 지능형 로봇의 개념을 차용해서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2조제1호

  1. “지능형 로봇”이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제2조제1호

  1. “소프트웨어”란 컴퓨터, 통신, 자동화 등의 장비와 그 주변장치에 대하여 명령,제어,입력,처리,저장,출력,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하는 지시,명령(음성이나 영상정보 등을 포함한다)의 집합과 이를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된 기술서나 그 밖의 관련 자료를 말한다.

그럼 인공지능을 자율적인 존재라고 본다면 과연 인공지능을 법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서 규정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 될 것이다. 우리 헌법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보고 있고, 「민법」 제3조에서는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되어 있으며 같은 법 제34조에서는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현행 「민법」에서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를 사람과 법인으로 정하고 있을 뿐인데, 과연 이것을 사람과 법인 외의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권리 주체성을 배제하려는 의도라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민법」 제2장에서 "인"을, 제3장에서 "법인"을 규정하면서, 제4장에서는 곧바로 "물건"을 규정하고 있음으로 볼 때, 「민법」의 태도는 인과 법인을 제외한 실체는 물건으로 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구나 「민법」 제98조에서는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물건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경우 하드웨어와 결합함으로써 유체물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하드웨어와 결합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형태로 존재하는 인공지능도 있겠지만, 모든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하드웨어가 가동되어야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유체물로 규정할 수 있다 하겠다.
사람과 법인 외에도 「민사소송법」 등의 각종 소송법에서는 "법인이 아닌 사단이나 재단은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단이나 재단의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동물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인조물에 대해 권리의무의 주체성을 인정한 입법례는 없다. 실제로 동물인 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부인한 바 있다.

울산지방법원 2004. 4. 8.자 203카합982 결정.
“살피건대, 민사상의 가처분은 그 가처분에 의해 보전될 권리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권리관계는 민사소송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인바, 우리 민사소송법 제51조는 당사자능력에 관하여 「민법」과 그 밖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2조는 대표자나 관리인이 있는 경우 법인 아닌 사단이나 재단에 대하여도 소송상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에 대하여는 현행법의 해석상 그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현행 법체계상으로는 인공지능은 독립적인 법인격을 갖는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물건"으로서 권리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김시열, “인공지능 등 비자연인의 특허권 주체 인정을 위한 인격 부여 가능성에 관한 연구”, 「법학논총」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제39집 1-34쪽에 따르면 특허권을 재산권의 한 형태로 본다면, 「민법」 등의 논의에 따라 인공지능이 발명 및 특허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법률상 스스로가 독자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로 취급되기보다는 물건으로서 소유권, 점유권, 용익물권과 담보물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2.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 가능성

인공지능이 권리의 객체에 해당하므로 인공지능의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내에서 그 소유물인 인공지능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민법」 제211조). 인간의 경우 인공지능을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발명 또한 포함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에서는 사용자인 사람의 창작활동에 인공지능이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인공지능의 자율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발명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 발명, 영업 방법 관련 발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 인공지능(AI) 분야 산업재산권 이슈 발굴 및 연구(2016. 12.), 24면 - 28면).

그런데, 「특허법」 제2조제1항에서는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법칙 자체나 자연법칙에 반하는 것은 발명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자연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컴퓨터를 실행하는 임의로 정한 명령의 집합에 불과하므로 발명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왔으나, 대법원은 2001. 11. 30. 선고 97후2507 사건에서 공작기계 등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수치제어장치가 "결국 수치제어입력포맷을 사용하여 소프트웨어인 서브워드 부가 가공프로그램을 구동시켜 하드웨어인 수치제어장치에 의하여 기계식별, 제어, 작동을 하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외부에서의 물리적 변환을 야기시켜 그 물리적 변환으로 인하여 실제 이용가능성이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으므로 자연법칙을 이용하지 않는 순수한 인간의 정신적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 후 2005년에 특허청은 "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경우"에는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발명의 성립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영업방법과 관련된 발명도 종전에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미국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펀드의 자금운용방법에 관한 사건(1010 149 F.3d 1368, 47 U.S.P.Q.2d 1596)에서 영업방법을 특허로 인정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법원에서도 영업방법 발명이 특허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상에서 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후 265 판결 등 참조)을 요구하고 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을 종합할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 컴퓨터프로그램 및 영업방법의 발명 또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으로 「특허법」상 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미 현재로서도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이 일부 인정되고 있는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물질이나 물건 등 본원적인 발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에 대한 법적 공백상태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이 발명을 하는 데 인간이 관여하는 정도에 따라 인간이 발명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발명을 실행함에 인공지능을 보조적으로 활용한 경우(1유형), 인간이 발명 계획을 구체적인 발명의 실행을 인공지능에게 지시한 경우(2유형),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발명의 실행을 완수한 경우(3유형)로 나누어 볼 수 있다(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 전게서, 29면 - 30면). 이러한 분류에서는 1유형의 경우 인간이 직접 발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만큼 현행 법적으로 볼 때에도 발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할 수 있고, 3유형은 발명행위에 인간의 관여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서 특허를 부여할 수 있는 발명에 해당되지 않음이 명백함에 불구하고, 2유형의 경우에는 그 결과물이 「특허법」상 보호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즉 이 경우에는 현행 「특허법」상 인공지능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주체가 되지 못하므로 인간을 발명자로 볼 수 있고, 그 법률적 구성을 함에 있어 직무발명 관련 규정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이 인간의 관여 정도에 따라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에 대해 특허권이 부여될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도 일응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발명과정을 살펴볼 때 인간의 관여 정도를 단순히 수치적으로 표현하여 단순한 유형으로 분류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은 종전에 누적된 빅데이터에 대하여 고유한 학습 알고리즘을 작동시킴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인간이 직접 학습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발명을 위한 각종 데이터를 창출하는 활동을 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발명을 위한 각종 데이터를 검색하고, 특허에 관한 검색에 특화된 인공지능과 협력을 통하여 구체적인 발명을 하게 될 것이다. 발명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나 산식으로 나타내는 것 또한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발명과정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발명의 핵심적인 요소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고, 그에 대한 인간의 관여 비율을 수치화하는 기준도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서는 과연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 인간의 관여를 인정하여 특허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 많은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기존 알고리즘의 오류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시정하는 코딩을 작성하여 학습 알고리즘 자체를 고도화하고, 발명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도 인간이 작성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온전히 대행하게 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인공지능의 발명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에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므로 여전히 그러한 활동을 보상하고 인공지능 산업발전의 유인책을 제공하기 위하여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 경우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반면, 견해에 따라서는 인간의 지적 활동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인공지능의 작동 결과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지적 활동을 촉진하려는 「특허법」 본래의 취지에 반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따라서 현행법에 대한 해석적 접근으로도 인간의 관여가 없이 순전히 인공지능만으로 이루어지는 발명에 대해서까지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을 것이다. 우선은 현행법에 대한 유추 또는 확장 해석을 통해 인공지능 발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할 수 있는 한계에 관해 논의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입법적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