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마켓팅, 생산자 전횡이냐 소비자주권이냐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20. 15:19 돈벌고쓰고/기업경영전략


최근 들어 빈부격차가 커짐에 따라 소비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소비양극화가 더욱 격심해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명품점은 큰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할인마트에서는 손님이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 디마켓팅이라는 경영기법입니다. 디마켓팅은 마켓팅에 반대되는 것입니다. 먼저 마켓팅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마켓팅이란?



마켓팅이란 마켓, 즉 시장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흔히 판로개척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자유경쟁시장에서는 시장이란 모두에게 주어진 조건이고 개개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어진 조건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오직 수요와 공급의 매커니즘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독점자본주의에서는 독점기업이나 과점기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독과점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장을 만들고 진입장벽을 구축합니다. 진입장벽이 갖추어지면 새로운 기업이 새롭게 탄생된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흔히들 "블루오션"이라고 합니다. 독과점기업으로서는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지요. 주식을 투자할 때에도 해당 기업이 "경제적 해자"를 갖추었는지를 살펴봅니다.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면 주주는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평균 이상의 이익을 올리면 경쟁업체가 시장에 진입해서 "레드오션"으로 변해갑니다. 어떤 기업이든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므로 기업은 또다른 시장창출 전략을 씁니다.  그것이 디마켓팅입니다. 

 


디마켓팅도 마켓팅의 일종


디마켓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켓팅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수요를 줄여 제품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첫째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기업의 수요를 줄이고, 둘째 단계에서는 고객을 차별화하며, 셋째 단계에서는 특정 고객의 수요를 확대합니다. 물론 모든 디마켓팅이 3단계를 모두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첫째 단계로도 달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채리 피커"라고 하는 얌체소비자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전제품을 사서 자기가 필요한 만큼 쓴 다음 물건을 반품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채리 피커를 선별해서 제거하는 것이 당장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킵니다. 고객을 차별화하는 경우로는 이른바 "명품샵"이 있습니다. 매장에 여유공간이 있더라도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면서 자사 제품에는 일반제품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매깁니다. 루이비통과 같은 기업이 그렇습니다.  

 


디마켓팅의 심리학


사람은 누구나 남과 같아지고 싶은 욕구와 함께 남과 차별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디마켓팅은 근본적으로 남보다 잘난 체 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일깨웁니다. 베블렌 효과라고 해서 중산층 유한계급은 상류층에 진입하고자 하는 욕구를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달랩니다. BMW는 영국에 진출할 때 판매 대수를 제한했습니다. 이로써 장기적으로 고객층을 확보해서 지속적인 이익을 올렸습니다. 그 반대로 명품 제과점에서 팔리던 고급 쿠키는 할인 매장에 진열되는 순간 그 매출액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이것은 소비자의 차별욕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디마켓팅은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켜


기업은 마켓을 구분함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지만, 소비자는 기업이 만드는 환상에 젖어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됩니다. 상품은 정정당당한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기보다는 엄청난 비용을 들인 광고에 의해서 판매됩니다. 수많은 광고가 그 상품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의 차별화를 부각시킵니다. 상품의 차별화는 바로 인격의 차별화까지 불러옵니다. 빈부격차가 문화격차로 비화되고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갑니다. 


 

차별화로 보수화되어 가는 정치지형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적 신분을 철폐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남과 차별되기 위해 여러 가지 명목을 만듭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더 이상 그 격차를 뛰어넘을 수 없게 되면, 사회적 계층을 고착화될 것입니다. 상류층과 하류층이라는 고착화된 계층의 사이에 끼인 중산층은 자신도 하류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상류층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정치적으로도 보수화됩니다. 차별이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지요. 하류층도 자신의 입장에 체념을 합니다. 상류층은 못 오를 나무라고 해서 감히 쳐다도 보지 않지만 오히려 상승욕구가 있는 중산층을 시샘합니다. 계급배반적인 투표행태가 만연합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점점 시들해집니다. 독점 자본주의에서 내세우는 "자유"는 일정한 룰에 따라 대응한 게임을 하는 자유가 아니라 독점 기업이 시장을 마음대로 마켓팅하고 디마켓팅할 수 있는 자유로 바뀝니다. 


생산자 전횡이냐 소비자주권이냐


다시 경제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소비자를 차별하고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소비를 하게 유도합니다. 생산자의 횡포에 소비자는 그저 당하고만 있는 것이 현상황입니다. 이제 생산자가 눈을 떠야지요. 소비자가 눈을 떠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면 생산자도 소비자를 가지고 농간을 더 이상 부릴 수 없을 것입니다. 자본주의라고 해서 돈이면 모든 것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똑똑히 각인시키는 소비자의 행동이 필요한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도달한 양갈래의 길에서 과연 이러한 현상을 이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혁의 흐름을 만들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