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조, 과한 결정.

한국전력의 3조 평가 대지를 10조에 산 현대. 

역시 통 큰 결정입니다. 

3.3제곱미터당 4억원이 넘는 수치라고 하니까요.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가격을 자랑하는 명동의 땅값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만약 제가 현대차의 소액주주라면 현대차의 결정에 대해 크게 분노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대차가 한전의 부채을 줄이는 데에 큰 보탬이 되는 결정을 하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합리성 차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추가>

현대차의 정 회장께서 대범한 말씀을 하셨네요.

그 후 정 회장은 "인수 금액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금액을) 결정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며 액수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현대차측은 전했다.

저는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적당한 가격을 써낸 삼성이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이 땅의 가격이 상승해서 충분히 투자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언제 그렇게 상승할까요? 

경제적 결정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따르게 됩니다. 현대차가 산 땅의 가격이 나중에 4억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돈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면 비합리적인 결정이 됩니다. 우리의 경기전망상으로는 땅값이 물가상승율 이상으로 오르기도 어렵다고 보지만, 설사 그 땅의 위치적인 가치가 크게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의 결정으로 현대차는 큰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금 심각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앞으로 각광을 받게 될 "전기자동차"와 같은 첨단기술에는 아직도 선발업체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자동차 산업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적인 지원이 제공되고 있고, 자동차 제조에 관한 기술면에서도 상당히 한국에 근접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의 결정으로 현대는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그만큼 잃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대한 기회비용일 것입니다. 

현대차의 주가표를 보면 시장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땅을 판 한국전력의 주식은 크게 뛰었습니다.

시장은 현대차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3조 땅을, 많이 주어도 5조면 되는 땅을 10조가 넘는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그것은 그 땅의 가격이 차후에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결정으로 이미 5조원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또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즉 현대가 기술개발보다도 외적인 것에 신경을 더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긴장의 이완상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