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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제도의 시험대, 핀란드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5. 12. 8. 17:20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1. 기본소득이 뭐야?

 저는 예전부터 기본소득이야말로 보편적 복지의 끝판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본소득 제도를 이제 핀란드에서 시도하려고 하고 있네요. 


핀란드, 전국민에 월100만원 '기본소득'준다…'복지일원화' | 연합뉴스

핀란드가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1만원)를 지급하고 대신 기존의 모든 복지 혜택을 폐지하는 일원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쿼츠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좀 특이한 것은 일반적으로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던 측은 좌파인 경우가 많은 반면,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정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기본소득 제도는 우파에서도 찬성할 만한 논점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된 배경도 저소득 일자리에 취직하려는 유인을 제공해서 실업률을 낮추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기존에는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저소득 일자리를 꺼려했지만, 앞으로는 취직을 하더라도 기본소득을 받게 되는 반면 실업상태에 있더라도 별도의 복지혜택은 없는 만큼 저소득이나마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도입했던 "근로장려세제"와 비슷합니다. 이른바 마이너스 세금이지요. 일반적으로 세금은 국가에 돈을 내는 것인데, 근로장려세는 일을 한 만큼 오히려 국가로부터 돈을 받으니까요. 

일자리의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모든 국민이 고소득의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보수가 낮은 일자리도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근로장려세제는 국민에게 복지측면보다는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측면이 부각된다면 충분히 "우파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좌파가 반대할 정책도 아닙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본소득"도 그 개념을 아주 넓게 본다면 좌우파가 모두 찬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겠지요.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파에서 기본소득을 반대하고 있지만요. 


2. 기본소득이 싫다고?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반론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납세 규모가 다르기는 하더라도 부유한 시민에게 형편이 어려운 시민과 같은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공평한가, 미성년 자녀를 여럿 둔 비혼 가구가 자녀 없는 성인 1인 가구와 같은 돈을 받고도 살림을 유지할 수 있는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2.1. 자녀를 둔 가구가 억울하다고?

그런데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준다면 미성년 자녀에게도 당연히 기본소득이 주어질 것입니다. 제가 핀란드의 제도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대상이 "모든 국민"이라면 자녀가 많은 가구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어린 자녀가 성인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기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자녀가 교육을 받기 때문에 추가적인 교육비가 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성인이 생활하는 비용을 더 들 것입니다.


2.2. 저소득충이 불공평해?

 이것은 논란의 포인트를 잘못 짚은 느낌입니다. 기본소득을 주는 재원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거야 세금일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주게 됨에 따라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면, 당연히 고소득층이나 부유한 시민에게 더 걷게 되겠지요. 그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세금으로 내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 제도는 실업급여 제도보다 더 낫다고 봅니다. 기본소득의 경우 국가에서 내가 취직하고 있는지, 실업상태에 있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만큼 나는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 있을 수 있겠고요. 국가는 세금을 걷기 위해서 나의 소득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것은 국세청과 같은 일부 기관에 한정될 것입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측면에서 보자면, 가능하다면 개인정보를 다루는 국가기관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테지요. 

미래 사회에는 인공지능 때문에 엄청난 실업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기본소득은 소득 재분배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재분배의 효과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수준"에서 보장될 겁니다. 기본소득을 크게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니까요. 각 개인은 기본소득이라는 든든한 배경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 도전을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사업을 해서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은 보장된다는 신뢰가 있다면 더욱 창의적인 도전도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