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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중립성 논쟁과 신참 블로거의 애환: 포탈에서 내 콘텐츠를 공정하게 취급하는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1. 11. 15:28 IT인터넷


Obama: Regulate broadband Internet like a utility so it 'works for everyone'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넷 중립성에 대한 논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를 유선전화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로 재분류하여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연방통신위원회의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브로드 밴드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넷 중립성(망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모든 통신 트래픽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이지요.

당초 연방통신위원회에서는 브로드 밴드 회사가 추가 요금을 받은 경우 급행회선(fast lane)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이러한 움직임이 넷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를 통신사업자로 재분류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하기로 나선 것입니다.

오바마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과연 넷 중립성이 무엇이며, 이것이 인터넷 환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넷 중립성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넷 중립성이란?

넷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 중립성은 네트워크 운영의 근본적인 원칙입니다.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원칙을 모든 통신망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1. 비차별성

비차별성은 모든 트래픽은 네트워크상에서 동일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비트 동등성의 원칙"이라고도 말합니다. 모든 비트는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등하다는 것은 특정 트래픽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특정한 회선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급행회선"은 금지됩니다.


2. 상호접속

네트워크 사업자가 다른 어떤 네트워크사업자와도 상호접속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업체에 대해서라도 합리적인 요금을 제시한다면 상호접속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네트워크가 접속되지 않으면 전체적인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고, 네트워크 망이 크지 않은 업체에게는 다른 네트워크와의 접속이 거부될 경우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인터넷 망이 거대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에 독점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3. 접근성

이 원칙은 상호접속과도 일맥상통하는 원칙입니다. 접근성은 모든 네트워크 단말기가 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최종 소비자인 단말기 이용자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넷 중립성의 효과: 열린 인터넷

인터넷은 넷 중립성 원칙에 따라 급속하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크가 폐쇄형을 지향하기보다는 서로 개방되게 되었고 여러 통신망이 서로 연결할 때에는 대체적으로 무료로 서로 연결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망과 망의 연결을 촉진했습니다. 망은 서로 연결됨으로써 폐쇄되었을 때보다 월등한 유용성을 갖게 되었고, 많은 사용자는 열린 인터넷을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열린 인터넷은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가 발전되고 실현되는 장이 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업체가 시가총액면에서도 세계 최상위의 기업을 거의 휩쓰는 수준까지 발돋음하게 되었고요.

이러한 열린 인터넷 기조는 ‘개방과 중립성‘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인터넷 망에서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8년 8월에는 콤캐스트가 차단한 P2P 서비스에 대해 넷 중립성 규칙을 적용해 금지명령을 내린 적도 있습니다. 또한 넷 중립성은 유선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무선망에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그 적용범위는 계속 넓어져 왔습니다. 물론 무선으로 넷 중립성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사비를 들여 구축한 네트워크를 아무 조건 없이 개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기도 하였지만, 결국에는 네 중립성은 무선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소비자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구글이 넷 중립성의 최대 수혜자이겠지만, 소비자 또한 넷 중립성 덕분에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아무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맺음말

이번에 넷 중립성과 관련해서 논점이 되었던 것은 브로드밴드 업체가 추가 요금을 받아 특정 회선을 급행회선으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정 컨텐츠가 선택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인터넷 망 업체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가장 맥빠지는 것은 아무리 우수한 컨텐츠를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신참 블로거에게는 방문객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콘텐츠의 질이 형편없다면 방문객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콘텐츠의 질과 방문객의 숫자가 언제나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크게 불만입니다. 네이버, 다음, 구글, 줌과 같은 인터넷 포탈에서는 컨텐츠의 내용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해당 블로그가 자사에서 서비스하는지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각 포털에서 내세우는 "저품질"의 기준은 아주 모호합니다. 물론 검색 알고리즘은 각 회사의 업무비밀이라 공개조차 되지 않습니다. 일부 포털의 경우 콘텐츠의 질을 판단하는 검색 알고리즘을 첨단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광고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스폰서 업체의 싸이트를 무조건 앞세우는 행태에 대해서도 과연 망 중립성에 맞는 것인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아직까지는 넷 중립성의 논의는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지, 그 네트워크의 게잇 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하는 포털의 무분별한 횡포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블로그의 신참자인 제가 우수한 콘텐츠 제작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망 중립성이라는 막연한 개념으로 기존 포털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이 다소 외람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앎니다. 또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방문자와 상관없이 나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조그마한 진실을 글로 담아내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 논의가 많은 블로거에게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블로그의 세계에도 펼쳐질 때 일반 네티즌도 블로그라는 미디어에 대해 더욱 신뢰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