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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금(Gold) 투자는 디플레이션 헷지인가, 인플레이션 헷지인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22. 23:54 돈벌고쓰고


헷지란 "울타리"죠. 소중한 재산을 울타리를 쳐서 지키자는 거죠. 투자할 땐 뭐니뭐니 해도 안정성이 최고죠. 지금 논하려는 것은 과연 투자 헷지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금에 대한 투자가 디플레이션에 좋은 것이냐, 인플레이션에 좋은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거기에 앞서 과연 세계의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를 따져볼까요?



디플레이션의 가능성


여기서는 엄밀한 통계적 자료에 의하기보다는 개념적 차원에서 브로드하게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세계는 디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기조 대로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보면 아직은 디플레이션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디플레이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진국으로 통화가 몰려야 하는데, 아직 그럴 분위기는 아닙니다. 세계는 아직도 투자할 곳이 많습니다. 일정한 투자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투자수익률이 크게 위축되지 않는 한 통화축소에 따른 디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경기순환의 관점에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은행의 우발적인 실수나 단순한 사고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명백히 경기순환의 일부입니다. 인플레이션이 투자성공의 결과라면, 디플레이션은 투자실패에 따른 결과입니다. 미국의 대공황도 과잉투자에 따른 실패이고, 최근 금융위기도 투자실패에 비롯되었습니다. 경제 전반에 걸친 투자실패로 신용이 급격히 수축되는 결과가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경기는 확장했다가 축소하기를 반복합니다. 디플레이션이 산업 전반의 물가 하락이라면 기본적으로 통화적인 현상입니다. 통화는 신용을 통해서 공급되고, 경제내에서 순환합니다. 신용의 공급은 중앙은행과 일반은행이 하고, 돈의 순환은 기업과 가계가 합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은행의 신용창조가 낮아지거나 통화가 유통되는 속도가 늦어질 때입니다. 물론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줄이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아무리 본원통화량을 늘려도 일반은행의 신용창조력이 줄어들거나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가계가 생산된 물건을 사기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면(즉 돈이 유통되는 속도가 느려지면)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커질 것입니다.   


화폐유통속도는 선진국일수록 계속 하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경제가 성숙해감에 따라  투자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신용창조력도 기업이나 가계의 투자행위에 좌우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행위마저도 축소된다면 신용이 창조되기 어렵습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 경기를 과도하게 낙관한 결과 투자실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것이 민스키입니다. 민스키는 투자가 헷지 단계에서 투기 단계로, 투기 단계에서 폰지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금융이 불안정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불안정성은 자본주의의 필연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중앙은행의 적절한 조치로 경기는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민수키는 경기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되는 매커니즘을 잘 설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된 것은 세계의 모든 시장이 침체에 빠지지 않고 일부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성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진시장에서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투자기회를 통해서 기존의 실패한 투자를 만회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했습니다. 실패한 투자에 대한 조정작용이 국내에서가 아니라 국외에서 일어났습니다. 일부의 사람은 이것은 제국주의적 착취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아시아는 선진시장의 덕을 본 측면이 있습니다. 즉 새로운 투자를 위한 신용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 창출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20세기에 오랜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온 원동력이었습니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아시아에도 추가적인 투자의 여력이 있으며, 아프리카는 엄청난 투자의 여력이 있습니다. 국제자본은 마르크스가 말하듯 지속적인 자본수익률 하락에 따라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서 자본수익률을 계속해서 어느 정도는 유지해 왔습니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는 것을 억제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투자처가 세계 도처에 널려 있는데도 이러한 자본의 국제이동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세계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은 아직이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투자처가 상존하는 한 신용창출의 여력을 발생할 것입니다. 통화량이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낮춘 금리는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것입니다. 이에서 얻은 수익으로 자본은 기존의 투자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은 디플레이션 헷지 수단인가,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인가


오늘의 주제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은 디플레이션이 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 의견이 틀릴 확률은 높습니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게 된다면, 당연히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이 때 과연 금이 디플레이션을 헷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과거 금이 인플레이션의 헷지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국제적으로 금값은 동일하겠지만 일부 국가가 통화의 급격한 팽창으로 상당한 인플레이션의 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금을 샀습니다. 금이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의 가치를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금이 디플레이션 헷지 수단이 된다면, 금이야말로 인플레이션 헷지가 될 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 헷지도 되는 엄청나게 유용한 만능의 투자 수단이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금이란 물품은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금값이 꾸준히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오르락 내리락 하며 변동해 왔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시기에도 금값이 오히려 떨어진 적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금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투자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금을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아무런 수익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시기에도 은행이자가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높았습니다. 금을 그냥 가지고 있느니 은행에 저축해 두면 더 큰 이익을 얻게 됩니다. 금이 투자수단이 된 것은 일시적인 상승기에 일시적으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회사가 경제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수익을 올려줄 수 있습니다. 비록 주식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주식은 배당의 형태로 투자과실을 꾸준히 가져다 줍니다. 금을 그냥 가지고만 있는 것은 이솝 우화에서 금을 땅 속에 묻은 후 누군가 금을 훔쳐간 것을 알고 울고 있는 구두쇠를 연상시킵니다. 금에 대한 투자는 결국 끊임없이 등락을 계속하는 일반 Commodities의 시세차익을 이용할 수 있는, 금 관련 전문투자상식이 풍부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영역입니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과거 디플레이션 당시 금 가격이 수시로 올랐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바로 금의 통화로서의 성격 때문에 그랬습니다. 대공황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금본위제의 관념이 깊숙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겠다고 협박을 할 때마다 본래의 돈이었던 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통화의 증발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의 시도가 변변히 실패하자 금값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1980년대 중후반 금값이 폭등했던 것도 사실상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과거부터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지금과 같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더욱 금본위제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대공황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기 때문에 통화당국은 계속해서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형적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제4차 양적완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요즘 주식시장에서도 그러한 무드를 조성하기 위해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설사 제3차로서 양적완화를 종료한다고 하더라도 중앙은행은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고, 더구나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본위제에 대한 미련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설사 금본위제가 다시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급격하게 제도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금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제불안 때문에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어도 언제나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금은 금본위제를 전제하지 않는 디플레이션이나 완만한 인플레이션의 헷지 수단이 아닙니다.  


한국만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만이 디플레이션의 흐름에 파묻힐 수 있습니다. 과거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은 세계경기가 호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일본만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이 이웃 일본을 닮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최근 장기간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나 인구가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는 것, 주택에 대한 과잉투자가 있어 투자실패에 따른 신용축소의 가능성이 있는 것 등을 살펴볼 때, 세계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더라도 원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되어 수입물가가 낮아지며 경기침체에 따라 임금이 하락하는 등 재화의 공급비용 측면에서는 충분히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동일한 통화량에서는 더욱 재화의 공급이 늘어날 것이지만 재화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실물적 차원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통화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본원통화, 즉 중앙은행의 부채를 늘려 자산으로서 국채나 외화를 사들일 수는 있을 것이지만, 이미 국가부채는 상당한 수준이고 외환보유고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본원통화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은행도 신용을 창출하려고 하더라도 기업과 가계의 투자의욕이 없는 한 신용이 창출되기는 어렵습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가계는 소비를 늦출 것이고, 이에 따라 통화유통속도로 낮아질 것입니다. 통화적인 측면에서도 통화량이 급격히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만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결론


금이 아무리 디플레이션의 헷지 수단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금본위제였던 적도 없고 금본위제를 채택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한국이 디플레이션 상태에 처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도 인플레이션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으로 금 가격이 현상유지를 한다면, 지속적인 무역흑자가 누적되어 갈수록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볼 때, 금 가격이 달러화 가치로는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원화로 환산했을 때에는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에 대한 투자는 자칫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아마추어로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저는 금에 투자할 생각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집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