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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가구 선택시 유의점, 간소함과 공간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20. 23:53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에서 말했습니다.

중국인이 실내장식의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간소함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 관념으로 이룩된 듯하다.


간소함과 공간, 이것이 가구의 생명입니다. 


간소함


간소함의 반대는 화려함입니다. 화려한 것은 금방 싫증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에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복잡한 정보 때문에 편안함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잘 닦인 마호가니 가구를 보세요. 우리는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고, 온갖 다양한 즐거운 사건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간소함은 현대적인 감각과도 통합니다. 애플의 스마트 폰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간소함에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동양의 "선" 사상이었습니다. 선이란 명상에 잠겨 온갖 번잡한 것을 떨쳐버리는 것입니다. 


선은 결국 "무", 없음으로 가는 길이지요. 스마트 폰에는 온갖 단추가 다 사라졌습니다. 단순함의 극치를 추구했기에 사람들에게 먹혔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함 속에 숨겨진 온갖 기능을 찾았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왜냐하면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으니까요. 오직 상상력에 의지해서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게 된 것입니다. 


현대 시대에서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됩니다. 소비자에게 "참여"하는 기쁨을 주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세요. 이것이 미덕입니다.



공간은 내가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가구는 나와 외부물체가 함께 만나는 곳입니다. 교감이 있는 곳이지요. 내가 상상력을 가졌다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의자


가구 중에서 의자는 내 엉덩이와 허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허리는 가구에게 뭔가를 요구합니다. 나도 귀를 기울이면 허리가 가구에게 요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에 맞추면 됩니다. 엉덩이는 물렁물렁합니다. 그래서 딱딱한 것을 요구합니다. 허리는 휘어져 있어서 볼록 나온 것을 요구하지요. 남과 여가 서로 결합하듯 내 몸과 의자는 딱 달라붙어야 제 맛입니다. 


침대


침대는 내 온 몸을 상대합니다. 몸은 휘어지기도 하고 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침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수시로 바뀌지요. 딱딱한 것과 물렁한 것이 교차됩니다. 누군가 침대는 과학이라고 했다지만, 침대는 가구고 가구는 나와 딱 밀착된 공간을 가져야 합니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 이것이 있어야 오래 쓸 수 있지요. 


책상


공부하고, 일하고, 잠시 낮잠을 잘 수 있는 곳. 공부와 일과 낮잠은 눈으로 합니다. 눈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너무 어둡지 않고 너무 밝지 않을 것. 너무 튀지 않아 눈에 편안한 것이 제격이지요. 


그렇지만 가구는 내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수필가 피천득은 말했지요.

사람은 가도 가구는 남는다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말했습니다.

선조가 살던 집의 조용한 방에 앉아서 안온한 시대를 거쳐 온 가구에 둘러싸여 창 밖의 명랑한 푸른 뜰에 와서 우는 산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 머언 마을의 탑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인간의 운명이냐


그렇습니다. 가구는 내 후손을 위한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미래적인 가구일수록 더 좋습니다. 내 후손이 나의 취향을 칭찬할 수 있도록. 


물론 현대식 가구는 쉽게 망가집니다. 내구성이 아니라 변화성을 추구합니다. 이케아 가구는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 가격에 비해 내구성도 그리 떨어지는 편도 아니고요. 꼭 나에게 맞춤 가구가 아니더라도 그 보편성이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구와 좀더 대화하고 싶습니다. 제 후손에게 저의 체취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아주 화려하거나 비싸거나 크지 않더라도, 저의 성품을 닮아 저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가구를 원합니다. 또 미래적이고도 내구성을 갖춘 가구.


어쩌면 이것도 합리적인 소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