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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사고, 후진국형 참사가 잇따르는 원인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18. 23:13 요즘뭘하고


17일 오후 5시 53분께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덮개 위에서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던 관람객 20여명이 덮개가 붕괴되면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실 저는 길을 걸을 때마다 환풍기 덮개 위를 잘 걷곤 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도 끄떡 없을 것 같은 강철 덮개가 붕괴되다니 황당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사건 내막을 살펴보니 너무 많은 사람이 환풍기 덮개 위에 올라갔다고 하네요. 그러면 강철 덮개라도 붕괴될 수 있겠구나 하고 수긍하게 됩니다. 

아무튼 이번의 사고를 미리 막으려고 했다면 모든 환풍기 높이를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이던가, 환풍기 덮개를 수십명 아니 수백명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교체하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했겠지요. 또한 환기구가 근처에 있는 곳에서는 그런 행사를 열지 말던가요. 이런 생각을 하자 곧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는 일정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환풍기 덮개를 설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겠지요. 그리고 덮개가 높아지면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는 보행도로의 폭도 좁아지겠지요. 환기구 근처에서 행사를 열지 않으려고 해도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생깁니다. 안전대책을 세우려고 하면 필히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의심스러운 게 과연 우리 국민의 성향상 예방을 위한 비용을 많이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입니다. 세월호 사건도 국민이 안전비용을 충분히 지불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입니다. 물론 세월호 사건에는 그 표면상 선장, 승무원 및 공무원 등 많은 사람이 골고루 잘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관련자 모두가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비용에는 시간과 돈, 정성과 사랑까지도 포함됩니다. 세월호 사건에 관해서는 아무도 여객선 운임이 너무 낮아서 발생한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사실 세월호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점 중에서 여객선 운임이 낮아 선사가 적자에 시달리고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무리한 운항을 했다는 것은 아주 미약하디 미약한 1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월호와 관련해서 안전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운임을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많은 국민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해서 관련자를 탓하고 욕할 줄만 할 뿐 안전비용(돈과 시간)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마음까지도 먹게 되었느냐에 대해서는 의심하게 됩니다. 

일단 사람들은 안전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환영할 것입니다. 하지만 행여 규제 때문에 비용이 상승되면 다시금 사람들이 불만을 표하게 될까 걱정됩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입게 되는 피해액의 기대값이란 "사고발생의 가능성 * 사고발생시 잃게 되는 가치"입니다. 여기서 사고발생시 잃게 되는 가치란 인간의 생명입니다. 사람들이 안전을 중요시하게 된 이유가 단지 사고발생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면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안전의식은 시들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고발생의 확률이란 아무리 경각심을 갖더라도 일상적인 삶에서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낮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짝 안전을 생각할 뿐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 대로 생활할 것입니다. 

반면 사고 발생 시 잃게 되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하는 의식이 정착된다면, 사고발생의 확률이 아무리 낮게 평가된다고 하더라도 1명의 생명이라도 엄청나게 귀중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안전의식의 문제는 단지 사고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정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고귀하게 생각하느냐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는 안전불감증은 무사안일한 생각에서 나왔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인명 경시 풍조"에서 나왔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귀중한 것이기 때문에 돈, 시간과 정성을 다해서라도 안전을 더 우선시하겠다는 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전교육도 중요합니다. 안전을 교육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고의 발생이 빈번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아무리 사고가 날 확률이 적더라도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생명이라는 고귀한 것이 손상되기 때문입니까? 

우리의 삶은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세월호의 사건에서는 표면상 해운사의 탐욕과 비리가 눈에 드러나 보입니다. 확실히 "돈"이냐 "생명"이냐의 양자택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번의 판교 사고도 "돈"과 "생명"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는 역시 세월호 사건과 동일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