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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 "역사의 종말"이 도래했나?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15. 18:34 알고배우며


후쿠야마를 자유민주주의의 선봉장으로 만들고, 일약 세계적인 논객으로 등장하게 만든 책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2년간 공부하는 동안 그의 이 책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임을 말했습니다. 

이것은 헤겔의 학파를 계승하고 있는 마르크스 주의자에 대한 최후의 일격과 같은 것입니다. 미국의 우파는 크게 환영했고, 좌파는 거센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유민주주의를 설파하는 전도사로서 추앙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후쿠야마의 이 책을 읽고 다소 실망했습니다. 내용이 상당히 단순했기 때문입니다. 

헤겔은 역사철학에서 세계가 정, 반, 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는 헤겔의 논리에 터잡아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논리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후쿠야마는 마르크스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역사는 끝임없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욕구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완성되면 역사발전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기반한 현대의 서구사회야말로 인간의 근원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사례를 동원해서 자신의 논리를 보강하지요. 그리고 후쿠야마의 영어문장은 매우 간명하고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마지막 인간"입니다. 인간은 남과 같은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대등욕망’과 남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우월욕망’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이와 같은 대등욕망과 우월욕망이 양립할 수 있고, 체제에 모순이 발생하는 경우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자유민주주의 흐름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후쿠야마는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의 한 단면으로 보았을 뿐이므로, 자본주의에 모순이 있다면 민주주의 체계를 유지한 채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것이 혼합 자본주의입니다. 최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도 모순에 직면했습니다. 그것도 민주주의의 체계 안에서 수정될 것입니다. 과연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시스템은 무엇일까요? 

후쿠야마의 논리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저로서는 그의 논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아직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이 후쿠야마를 단순히 보수주의의 화신으로 이해하지만, 그는 온전히 보수주의자는 아니고 정치적으로도 다양한 색체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것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교조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현실에 직면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입니다. 기존의 모순되는 시스템을 시민이 정치적인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습니다. 지금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의 틀 안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담겨 있지만, 곧 새로운 내용물이 담기게 될 것입니다. 

어떠한 내용물을 담을 것인지는 역사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 개개인이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