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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쌓기를 강요하는 사회, 청년을 착취하는 기성세대의 올가미인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13. 15:45 이런저런

요즘 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한다고들 합니다. 이들의 스펙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각종 자격증을 획득하는 데 들였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청년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안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훌륭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고, 취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보수가 좋거나 안정적인 직장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72년생인 저로서는 때를 그나마 잘 만나 취직해서 안정된 직장을 갖게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후배에게 언제나 빚진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청년들이 스펙을 쌓고 싶어서 쌓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들에게 스펙을 쌓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여건이 있습니다. 청년들은 학력 수준이 매우 높은 반면, 취업문은 바늘귀처럼 좁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성 싶은 자격증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조건 획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이면에서는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자격증 장사를 하는 각종 협회의 장삿속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대학교에서도 청년들의 취업 대책의 일환으로서 온갖 자격증 시험에 대해 소개하고 지원하기도 하니까요. 

더구나 요즘에는 청년을 상대로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인턴제와 같은 국가지원책을 악용해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을 두번 죽이는 짓을 자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즘 65세 이상의 노령층에게 국가에서 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위해 공헌한 노인들의 공적을 기리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노인들의 소득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노인 빈곤률이 OECD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노인에 대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근거입니다. 하지만 청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청년이 높은 실업률 때문에 장기간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는 경우 그들의 소득창출에 장애가 있은 다음에는 그들이 노후를 대비해 저축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노령을 맞이하게 되는 장래의 대한민국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청년을 괄시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할 것입니다. 

저는 이미 40대 초반으로 기성세대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는 안정된 지위를 보장 받으면서 후배들의 실력과 노력에 편승해서 업무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사회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도 제 선배들의 지도하에서 기꺼히 열심히 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는 미래가 보장된다는 희망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일하는 사람 중에서 반수는 비정규직입니다. 저보다 스펙이 화려한 비정규직 후배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청년의 노동력을 착취할 것이냐 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축된 듯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의 구축에 관여한 기성 세대는 시스템의 비공평성을 비판하는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기성세대는 머릿수도 더 많아 정치적인 영향력까지 갖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상태에서 시스템의 변화를 어떻게 하면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청년과 기성세대가 모두 공평한 기준에 따라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