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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에 대한 상식적 견해- 진보와 보수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10. 10:43 이런저런

다른 분의 블로그를 서핑하는 도중 엠네스티의 인권광고에 관한 글(click)을 봤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보수는 북한 인권에만 관심이 많고 진보는 남한 인권만 관심이 많습니다. 인권에 색이 있나요? 참 묘한 나라입니다. 

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글의 댓글에서는 열띤 토론이 있더군요. 


먼저 위 인용문은 다소 양비론적인 입장입니다. 양비론이 쿨하지요. 하지만 세상사에서는 어느 쪽에 서야 합니다. 꼭 당파적인 입장에 매몰될 필요는 없지만, 전체적인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인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3자의 입장에 서기만 하면 세상의 변화는 매우 더디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진보 쪽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습니다. 진보는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특정 관점이 진보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진보 쪽에서 북한 인권을 말하지 않는 것은 북한 체제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진보는 인권을 중요시하시 때문에 당연히 북한의 인권억압에 대해서 더 강력히 반발하지요. 하지만 아무런 이득도 없는 북한의 인권 문제 제기는 북한과의 교류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교류가 악화된다면 북한의 인권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즉 진정 북한의 인권을 옹호하려는 입장이지만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북한과의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북한의 인권을 남북교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개방되고 남북한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인권문제는 자동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립화는 오히려 북한인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물론 제 견해가 그렇다는 것이고, 모든 진보가 그렇다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제가 진보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요.


사실 저는 진보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지만, 진짜로 진보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습니다. 저는 정치적인 면에서도 자유, 경제적인 면에서도 자유를 주장합니다. 자유라고 하는 것이 인간존엄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쪽에서는 인간존엄을 더 중시하고, 영미권에서는 자유를 더 중시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자유를 더 중시하는 영미권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쪽에서는 인간존엄이라는 명목으로 공동체를 강조합니다. 물론 인간은 공동체에 속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공동체가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존엄한 존재이고, 이러한 독자적인 존엄성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요. 


북한인권에 대해서 위와 같은 견해를 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것은 다소 상식적인 차원에서 제가 갖는 견해입니다. 


1. 북한은 우리가 인권을 개선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개선할 상대가 아니다.

북한은 철저한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체제유지를 절대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권에서는 인권이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는데 인권을 옹호하려는 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2. 북한에 대한 인권 주장으로 남북한 교류가 어려워지면 북한 인권이 오히려 악화될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은 다소 당파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 인권을 주장하는 분들의 절절한 사연을 이해합니다. 당장 북한 주민은 굶주림에 고통을 받고 있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동물과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당장 북한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요. 하지만 정당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수단의 적절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북한 인권에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한 교류가 악화된다면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북한 주민은 더욱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3. 북한의 인권은 남북한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 

남북한 교류를 통해서 남한의 체제가 북한에 도입될 경우 오히려 북한 주민에게는 경제적 자유가 다소간 보장될 것이고, 이것이 점진적인 체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도 공산주의 체제에 따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혁과 개방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체제의 존립 자체를 위협 받으면서까지 체제의 변화를 시도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체제를 개선해 갈 수 있도록 남북간의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남한의 인권개선이 북한인권 개선에 도움이 된다.

남한의 인권개선은 우리가 남북한 교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삼투현상"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삼투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의 농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농도가 높은 쪽으로 물이 더 많이 흘러들어가서 양쪽의 농도가 비슷해집니다. 즉 "삼투압"이 높을수 삼투현상은 더 강력해집니다. 전기는 전압이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전압의 차이가 높으면 높을수록 전기가 더 많이 흐르고 더 힘든 일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의 인권도 이와 같습니다. 남한의 인권이 개선되면 개선될수록 남북한간의 인권격차는 더 벌어질 것입니다. 남한의 인권이 개선되면 북한도 남한을 비판할 수 없게 되고, 남한의 인권 중시 태도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도 흘러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