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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일본, 노벨상 수상과 모국어로 하는 학문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13. 11:27 이런저런

일본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청색 LED를 개발한 과학자입니다.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ㆍ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입니다. 일본은 열광하고 있고, 우리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정을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일본처럼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것인가? 

또한 최근 힉스 입자에 대한 실험이 유럽에서 실시되었습니다. 이 때 일본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것은 힉스 입자를 분석하는 유럽의 원자로가 그 핵심기술을 일본기업이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일본처럼 기초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우리의 학문 풍토에 척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학문 풍토가 척박한 것에도 많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학문을 하는 데 모국어가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영어를 못하는 선진국"이라는 EBS 지식 채널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어 못하는 선진국은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새로운 학문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데 아주 적극적입니다. 그리고 웬만한 학문적 업적은 일본어 책으로 발간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아주 생소한 어느 분야고 간에 일본에서는 아주 방대한 분량의 서적이 발간되어 있어 학문 연구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 나라의 학문 수준은 그 나라 언어로 얼마나 많은 학문적 서적이 축적되어 있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 됩니다. 

일본이 일본어 위주로 학문을 하는 것은 서적에서뿐만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노벨상을 받은 사람 중에서 많은 부분을 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과학기술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국내파가 여러 모로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일본이 영어를 못하는 선진국이 된 배경에는 이렇게 자국의 언어로 학문을 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생활에도 모국어가 우리의 사고를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창의하려고 하더라도 모국어로 된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모국어가 없이 외국어에만 의존해서는 학문적 지식이 일반대중에게 확산되기 어렵습니다. 일반대중 가운데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일정 비율이 있어야 한문의 발전이 지속성을 갖게 되고, 계속해서 선배로부터 후배로 학풍이 전수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독서열풍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국민성이 일반대중의 학문적 관심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일반대중이 일본어로 쉽게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풍토도 이러한 책읽기 열풍에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저는 외국어를 상당히 많이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에는 여전히 서툽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외국어 공부를 하는 데 소비한 시간을 한국어와 특정한 전공분야에 소비했다면 제 삶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