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 함정과 통화정책의 부작용, 수렁에서 허우적거릴수록 더 빠져들어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9. 20:12 돈벌고쓰고/국가경제정책

폴 크루그만의 블로그를 보면, "유동성 함정"에 관해서 많은 포스트를 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노벨상 수상자는 현재의 금융상태를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말은 케인즈가 즐겨 쓰던 말입니다. 크루그만은 케인즈주의자입니다.

일반적으로 유통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이자율, 즉 기준금리를 아무리 낮추더라도 사람들이 돈을 빌리지 않는 상태입니다.

케인즈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경제에서는 금융정책만으로는 경기를 부양할 수 없고, 재정정책을 펼쳐서 국가가 빚을 지고 돈을 씀으로써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케인즈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위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케인즈도 경제위기는 정부의 적절한 정책에 따라 단기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단기에 불황이 극복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화당국의 통화팽창정책이 오히려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통화팽창을 위한 본원통화의 증가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결합되어 국가의 부채를 증가시킵니다. 물론 국가의 예산지출은 필요합니다. 만약 국가가 돈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돈을 쓰지 않을 상황에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가 돈을 쓰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 돈을 쓸 상황이라면 국가보다 더 효율적인 경제주체가 돈을 쓰게 놔두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극심한 불황의 상황에서는 기업도 개인도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국가가 대신 투자와 소비를 하는 것은 타당합니다. 국가의 행위가 기업과 개인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화팽창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경쟁력 없는 기업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수익을 많이 내서 부채가 적을 것이므로 금리 하락의 이득을 별로 보지 못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부채가 더 많아 금리 하락의 이득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낮게 조정된 금리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출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은행으로서도 어느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기업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의도적인 금리인하는 금융의 효율성을 저해합니다.

경기순환에 따라 불황이 찾아오는 것은 기업들이 호경기 때 과도한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투자가 시정되어야 다시 경기가 좋아질 수 있는데,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은 과거의 잘못된 투자가 계속 유지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주택의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주택의 가격을 계속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에는 주택 건설업자는 계속해서 주택을 지으려고 할 것입니다. 주택의 공급이 줄지 않고 유지되는 한 주택수요보다 많아질 것이고 오히려 주택의 지속적인 하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유동성 함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취하는 통화정책이 가질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