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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가 된 아들 (자폐증 자해적 반복행위)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5. 21:26 자폐아들과함께

자폐증 아동이 자해행위를 하는 것은 감각적인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특히 심심할 때 무엇가 정서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 집중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자폐증 아동은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폐증 아동은 오감 중 특수한 감각이 발달된 반면, 다른 감각의 발달은 뒤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감각 사이의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반복적 행동이 뒤따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론은 제가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관찰하면서 얻은 것과도 대체적으로 일치합니다. 


제 아들은 어느 땐가부터 심심한 일이 있으면 눈썹을 뽑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눈썹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앞 머리카락도 눈섭 아래까지 오도록 길게 놔두었습니다. 지금도 혼자 놔두면 눈섭 주위에서 염증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아내는 아들이 눈썹 뽑기에 집착하는 것에 대해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잠을 자기 전에 눈썹을 뽑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들 옆에 누워서 눈썹 주위에 손을 대기만 해도 주의를 줍니다. 

아직도 아들의 눈썹 뽑는 버릇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눈썹 없는 아들은 그래도 귀엽습니다. 마치 미의 화신인 모나리자처럼요.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눈썹 없는 것이 아름답다고 하는 관습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그랬지만, 제 아들은 단순한 반복행위가 눈썹 뽑는 것으로 전이된 것뿐입니다. 


아들에게 심심하지 않도록 꾸준히 마음을 쓸 수 있는 행위를 발굴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른바 "대체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들이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경우에는 확실히 눈썹에 손을 대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들이 집중해서 하는 다른 반복행동도 그다지 실용성이 없는 것들입니다. 카페트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도화지에 색연필을 마구 칠하는 행위는 아무리 반복되어도 사회생활에 유익할 만한 그럴 듯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못 됩니다. 또한 실용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쉽게 짜증을 내고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희망은 아들이 실용적인 능력을 학습하는 것, 이를테면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하는 것을 반복행동으로 삼았으면 하지만 쉽게 되지 않습니다.  

일단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사회적으로 실용적이면서도 아이가 반복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행위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눈썹을 뽑는 행위가 얼핏 보기에는 고통을 주지만 섬세한 눈썹을 손톱으로 잡아당기는 데에는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측면도 있습니다. 아들은 단순한 작업이지만 눈썹을 뽑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쓸모 없는 기능에 고착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부모가 아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가운데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