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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가 경찰이 데려온 아들(자폐아의 가출)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18. 15:09 자폐아들과함께

아침에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린다. 본능은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뭐야, 이 아침에" 하면서 눈을 떴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온다.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때 누군가 집 열쇠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신호음이 들린다. 대문이 열리면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라페스타 쪽에서 돌아다니고 있기에 데려왔습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 남성이 경찰관이며,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아들이 집을 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급히 현관 쪽으로 나가 경찰관 2명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여태껏 아들은 1주일에 꼭 한 두 번씩은 부모에게서 멀리 자기만의 공간으로 사라지곤 했다. 부모는 아이가 부모를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들은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제 하고 싶은 반복행동을 맘껏 할 수 있었을게다. 

아들을 주기적으로 잃어버리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다 보니 나는 어느 새 아들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면역이 되었나 보다. 얘를 잃어버려도 곧 찾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이 든다. 여태껏 못 찾은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아들의 가출은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얘가 먼저 일어나 슬그머니 집을 나간 첫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집에 들어오자 마자 부엌 쪽으로 가더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릇 속에 거품기를 집어 넣어 전원을 넣어 날개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크림 먹고 싶어요."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크림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그런데 크림을 만드는 거품기만 찾아냈을 뿐 집안에서는 정작 크림의 재료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가출을 결심한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아이는 아마도 홈플러스에 가려고 했을 것이다. 고양시 일산의 호수공원 주변에는 라페스타라는 상점가가 있는데, 우리 집에서 라페스타를 거쳐 홈플러스에 갈 수 있다. 다행히 경찰관이 아들을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발견하지 못했다면.... 참으로 생각하기 싫은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들의 가출을 방지할 수 있을까? 얘가 저녁에 너무 일찍 자면서도 나는 너무 늦게 잔 것이 문제였다. 아들에게는 아무리 알아듣게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워낙 이해력이 부족하고, 설사 이해하였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순간적인 욕구를 억누를 수 있는 자제력이 도대체 부족한다. 

아들의 당황스러운 가출은 나로 하여금 분노보다는 다시 찾았다는 안도와 함께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텐네. 큰일이다" 하는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것에 대한 대응책으로서는 기껏해야 아들을 재운 후 부모도 일찍 자서 아들이 깨어나는 기척을 바로 느끼는 것 밖에는 달리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