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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가 부쩍 는 아들(자폐증도 언어향상은 가능하다)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자폐아들과함께

어제 고봉산을 등산하고 오면서 아들과 대화를 나눴다. 흔히 생각하는 대화는 아니다. 아들의 언어능력으로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아들은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식이다. 

이를테면, 목이 마르면 집에 가서 물을 마시고 싶어요라는 말을 1분에 한번씩 열 번 넘게 하는 식이다. 물론 나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먼저 아빠에게 말을 하는 것이라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다. 아들은 어떠한 화제를 꺼내야 할지 잘 모른다. 주로 자신의 생리적인 욕구에 대해서 말을 한다.

요즘 아들은 장난감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그리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하지 않았다. 장난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도 아들이 그만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었거나 능력이 발달했다는 것이리라. 아들이 사달라고 하는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녀석이 사달라고 하는 것은 유치원생도 시시해 하는 것 뿐이긴 하다. 대체로 관심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아들의 행동 중에서 최근 많이 좋아진 것으로 꼽자면, "비행기"라는 에니메이션을 적어도 10분 정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앉아서 보는 것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심 아들이 에니메이션의 내용에 관심을 갖고, 특히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언어적인 능력이 커지기를 기대했지만, 아직은 아들에게 대화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듯 하다. 왜냐하면 대화가 너무 빠르고, 정상적인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유머러스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유머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고도의 정신능력을 요한다. 또한 일정한 수준의 사회성이 있어야만 유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아들의 언어능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아직 그 발달의 정도가 보통 아이보다 낮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정상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들의 능력이 계속 발달하고 있고 정상아도 사춘기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성장이 지체되기 때문에 만약 아들의 발달이 사춘기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혹시 정상아와의 격차가 조금 좁혀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