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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에 빠져 있는 아이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자폐아들과함께

내 아들은 아직 텔레비젼을 잘 보지 못한다. 텔레비젼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내 아들의 지각 능력이 보통 아이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아용 프로그램을 아예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아들은 유아용 프로그램에 대해서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아용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니까 자연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오더라도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의 행동은 철저하게 특정한 행위가 자신에게 즐거움이나 고통을 주었느냐에 따라 즐거움을 주는 행위는 늘리고 고통을 주는 행위는 줄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동방식에 따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과거에 있었던 경험이 우리의 무의식을 주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들은 최근 들어 뽀로로에 빠져 있다. 뽀로로가 아들에게 어떠한 즐거움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들이 뽀로로를 보면서 가끔은 웃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의 욕심은 좀더 어려운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를 바라지만, 아들이 간단한 프로그램이라고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무엇인가 종이에 긋는 것 외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것을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아들의 텔레비젼 시청이 언어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갈 길은 멀고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쩌랴 언제가 아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서 언제나 아들의 교육에 임해야 할 성 싶다. 아니 아들이 아예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로서는 아들에게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것이 내가 아는 한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아들의 인지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물론 인지력이 발달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들로서는 지금의 상태가 더 행복한 상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가? 단순히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들은 지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엇인가에 대해서 불안해 하고 괴로운 상태에 있는 것이다. 지금 불행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도 불행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불행을 항상 느끼는 상태보다 나쁠 수 있다. 만약 아들이 인지력이 상승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심히 불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또한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큰 불행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내가 아들의 인지력만을 높여서 사회에 유익한 존재보다는 불이익만을 끼치는 존재로 성장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아들의 인지력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제는 나에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아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지만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들은 언제나 피곤해 하고 일찍 잠을 들려고 한다. 아들은 아침 일찍 있어나는데, 나는 아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어도 항상 피곤함을 느낀다.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시간을 내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