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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심리, 작은 사치와 만족감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30. 16:26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베블렌이라는 사회학자 겸 경제학자는 "과시적 소비"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미국의 유한계급이 그 신분상승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간혹 상류층의 소비행태를 따라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김치녀"라든지, "된장녀"라든지 하는 일부 여성혐오 남성의 무분별한 딱지 붙이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김치나 된장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고유한 민속음식입니다. 저는 김치녀와 된장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최근 각종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보여 주었듯이 한국의 여성은 그래도 남성보다 강합니다. 지금껏 온갖 종류의 억압을 받아 왔지만 꿋꿋하게 자기 할일을 하고 있지 않나요? 


아무튼 무슨"녀" 논쟁에서 꼭 등장하는 것이 점심에 김밥을 먹었으면서도 그 후식으로 더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는 행태입니다. 일견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비난받을 행태일까요? 이러한 행태에는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까요?   


                 


저는 청년층의 신분상승 욕구가 실현되지 못하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그것을 영구화하려는 계층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에도 청년의 상승을 좌절시키는 사다리 걷어차기는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밥을 먹은 뒤, 후식으로 스타벅스 커비를 마시는 것은 객관적인 효용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합리적인 소비행태가 아닙니다. 김밥을 먹는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것인데,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다니요. 저라면 차라리 다른 곳에 쓰겠습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면 그 다른 곳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조그만 푼돈을 저축한들 생활향상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스타벅스에서 아낀 돈으로 자동차를 사거나, 집을 살 수 있을까요? 하세월에. 


어렸을 때 뭔가 거창한 것을 사려고 돈을 한참 모았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이 갖고 싶었던의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싼 것이라면 더욱 절약을 해서 저축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숫자는 절약을 포기하고 당장 가진 돈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것을 살 것입니다. 


요즘 청년에게는 아마도 스타벅스가 좌절된 신분상승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소비재가 아닐까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를 판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비를 할 때 객관적인 효용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효용이란 욕구를 채워주는 만족감인데, 그 만족 여부에는 아주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김밥이 주는 만족감보다 스타벅스가 주는 만족감이 충분히 더 클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물보다 진한 기호식품을 훌쩍거리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희망"으로 대변되는 미국문화와 그 낭만을 마시는 것이니까요. 청년에게 더 멀리 볼 수 있는 희망을 주지 않은 채 애궂은 스타벅스 커피를 비난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