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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에도 조기 퇴직이 이어질까?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24. 18:20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과거 농업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는 노인이 대우를 받을 수 있었지요. 농사일을 언제 어떻게 요령을 부려서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오랜 경험이 필요했으니까요. 또한 지식축적의 속도로 매우 느렸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은 잘 바뀌지도 않았으니까요. 농업 정착 사회에서 부모에 대한 공경이 중요한 덕목이었고, 늙은이는 자녀의 부양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늙는다고 괄시를 받을 일이 없었습니다. 

기술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나이든 사람이 퇴물취급을 당하기 쉽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자꾸 쏟아져 나오다 보니 나이 든 사람은 새 지식을 흡수하기도 어렵습니다. 과거에 배웠던 것이 조만간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요. 더구나 요즘처럼 청년실업률이 높은 때에는 늙어서까지 자리 보전에 힘쓰다 보면 젊은 측의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세대대결이, 일자리상의 세대대결로 변모할 것입니다. 


지금의 고용환경이라면 종신고용은 어렵고, 50대 중반이 되면 대부분 퇴직의 수순을 밟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는 설사 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주는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기보다는 빨리 자르고, 낮은 임금에 부려먹을 수 있는 청년을 고용하려 할 것입니다. 이처럼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이 되기 전에 조기 퇴직을 하게 된다면 청년 실업률이 다소 낮아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본에도 있었습니다. 디플레이션에 따라 경기가 극도로 안 좋아지자 기업들은 고용을 최대한 억제했었는데, 베이비 붐 세대가 정년은 채우고 퇴직을 하자 그 빈자리를 청년들이 채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일본처럼 정년을 채우기보다는 조기 퇴직이 많겠지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계속해서 조기 퇴직의 관행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1. 조기 퇴직해서 먹고 살 것이 없음

과거에는 후배가 자기보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 기분 나쁘다며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자 중 자영업 종사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장년층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망하기 때문이지만, 이것은 자영업에 뛰어들려는 숫자가 예전보다 줄어든다는 말도 됩니다.

이제 장년층도 가능하다면 조기 퇴직을 꺼리는 눈치입니다. 자존심을 구기더라도 가능하다면 안정된 직장에서 버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언론을 통해서 자영업자의 붕괴현장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고령자는 바로 사지에 뛰어들기보다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버틸 수 있는 한 그 자리에서 버티려고 할 것입니다. 


2. 자녀의 부양을 바라기 어려움 

노인을 보호하는 것이 과거에는 존경이었다면 앞으로는 "돈"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자녀를 1-2명 밖에 낳지 않은 부모는, 여전히 청년백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운 자녀에게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노인이 돈을 더욱 움켜쥐게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지요. 베이비 부머들은 더욱더 조기 퇴직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3. 일자리 부족에 따른 정부의 고령자 고용촉진책

우리의 경제활동인구가 머지 않아 줄어들게 됩니다. 아무리 경제가 침체되더라도 일정한 규모의 경제활동인구가 되어야만 하는 경제 사회적인 필요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4. 고령자를 더 싸게 부릴 수 있는 임금제도의 변화

기업도 업무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고령자를 내쫓기보다는 더 싼값에 부려먹을 수 있다면 가능하다면 고령자를 회사내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머쟎아 우수한 청년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때가 옵니다. 청년실업이 한풀 꺽이면 기업의 채용경쟁이 불붙을 수도 있고, 기존 고령자가 가진 업무 경험을 신규채용자로 바로 대체하기도 곤란합니다. 고령자 입장에서도 자손심을 누그러뜨리고 낮은 임금을 수용하게 될 것입니다. 임금피크제와 같은 방안이 점차 확산되겠지요.  


5. 국민연금고갈에 따른 연금수급연령의 상승

국민연금기금은 지금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비 붐의 퇴직이 본격화된 다음부터는 차차 연금고갈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나타날 것입니다. 정부는 연금수급연령을 더욱 늦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령자는 더욱 조기 퇴직을 거부하게 되겠지요. 


고령화가 반드시 근로연령의 상승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열악한 복지제도를 감안한 때 적어도 조기 퇴직과 같은 것은 감소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