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주택과 공용의 공간들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23. 09:58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저는 주택에 관해서 논의하면서 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냐, 오를 것이냐 하는 관점에서 글을 작성했습니다.

집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인 만큼 누구나 싸고 넓고 편리한 집에서 살고 싶어하며 국가적으로는 집이 저렴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집값이 금융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한 "떨어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집값의 하락을 위한 정책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글을 작성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집값이 떨어졌으면 하고 생각을 해도 세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지요. 마땅히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낫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제상황에 따라 집값은 떨어지거나 오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측을 하게 됩니다. "떨어질 것인가" 혹은 "오를 것인가" 하는 예측은 현재 집값이 적정한 수준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결국 집값에 대한 예측도 집값이 적정한 수준보다 너무 높기 때문에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생각에 좌우되었습니다.  

집값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습니다. 집값 문제야 말로 어쩌면 부동산 문제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주택만이 유일한 거주의 형태는 아닐 것입니다. 주택가격의 안정화만을 위해 집을 엄청나게 짓다보면 오히려 우리의 삶의 공간이 황폐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문제의 더욱 폭넓은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택의 독점적 소유 vs 공유의 공간 활용

우리가 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독점욕과 사생활 보호 본능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특성은 나름대로 합리적입니다. 인간이 독립적이고 존엄한 존재가 되게 하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반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공유하는 공간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공원, 개발제한구역(사유지이지만 일정한 제한을 가해 일정한 자원환경의 수준을 공유합니다), 도로, 많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등등도 있습니다. 또한 사적인 공간도 "공유의 경제"라는 이름으로 공유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개인의 자유 vs 환경파괴, 공동체 약화

집값이 낮아지면 삶은 더 윤택해지겠지요. 당위론적인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소비를 통해서 사람은 만족을 얻는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집의 공급이 늘면 그 만큼 자연이 파괴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자연도 지금은 경제적인 재화로 평가되지 않고 있지만 결국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경제적인 재화로 판단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개인의 주거면적을 늘리기보다는 그 돈으로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요? 또 많은 돈보다는 삶의 여유를 주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시간을 주는 것은요?


우리의 일터와 쉼터

개인의 삶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우리는 공간을 잠자는 곳, 먹는 곳, 일하는 곳, 쉬거나 즐기는 곳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잠자는 곳과 먹는 곳과 쉬거나 즐기는 곳을 "주택"으로 해결합니다. 또한 주택과 일하는 곳(직장)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왕복시간이 걸리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도시화된 사회에서는 일터와 쉼터의 분리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도시계획을 하는데, 도시계획에서는 주택, 상업, 공장, 녹지 등등 여러가지로 분류합니다. 모든 것이 섞여버리면 아름답지도 않고, 오히려 편리하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2천만명이 살아가는 이 수도권에서는 일터와 집이 떨어졌어도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직장과 가정을 오가는 아까운 시간들이 우리의 윤택한 삶에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다. 


직장의 분산

만약 많은 직장이 밀집되지 않은 곳에 있고, 직장 근처에 집이 있다면 삶은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교통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자동차의 매연가스로부터 환경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도 중앙집중식에서 분산식으로 발달하겠지요. 화력이나 원자력 등의 화석연료을 이용한 발전은 아무래도 도시화와 밀집된 공간을 선호하겠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분산된 공간구조를 선호할 것입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이런 점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떠나 우리 삶의 공간구조를 다소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세종시에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하고, 각종 공기업이 지방 곳곳의 혁신도시로 옮기는 사업에 대해서 긍정적입니다. 당장에는 삶의 공간을 옮겨야 하니까 불편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비효율적인 면이 나타나겠지만 적응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삶이 다소 여유로와질 수 있는 첫발걸음을 내디딘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