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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디플레이션이 올까?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15. 11:20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앞에서 저는 디플레이션과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1.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2. 디플레이션의 축복

3. 오해에 대한 해명(디플레이션)

 위 포스트들에서는 "디플레이션도 나쁠 것은 없다. 어떻게 잘 적응할 것이냐의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것일까요?


가격변동의 불가피성

저는 기본적으로 가장 공평한 가격체계는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건(경제적 가치 있는 재화 및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여 단순히 "물건"이라고 하겠습니다)이란 사람이 일을 해서 만들어내는 것인 만큼 동일한 물건이 동일한 가격을 유지된다면 사람을 쉽게 예측해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건의 가격은 요동을 칩니다.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좌우되는데, 이 수요와 공급은 쉴새없이 변동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진보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때에는 생산자가 계속해서 혁신을 통해 물건의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생산단가가 낮아지면 동일한 양의 물건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되어 수요가 늘지 않는 이상 물건의 가격은 낮아지게 됩니다. 반면 기술의 진보가 정체된 상태에서 생산요소의 가격만 올라간다면 물건의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한편 수요의 측면에서 보자면, 인구가 증가하면 모든 물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사람들이 특정한 물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 그 특정물건의 가격이 올라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 물건의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미래의 수요를 미리 앞당겨서 소비하기 때문에 물건의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신용화폐의 시대에는 화폐량에 따라 전반적인 물건의 가격, 물가수준이 결정됩니다. 모든 것이 동일하더라도 사람이 돈을 더 많이 갖게 되면 물건의 가격이 올라갑니다. 물건의 가격은 실질가격과 명목가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실질가격은 다른 물건과의 교환비율이고, 명목가격은 그 물건을 살 때 지불해야 하는 화폐의 양입니다. 여기서 명목가격은 절대적으로 그 사회의 화폐량에 의해 좌우됩니다. 


결정적인 요소는 "화폐량"과 "인구"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와 "화폐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화폐량"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화폐량이 많아지면 물건에 대한 수요와 공급과 상관없이 물건의 명목가격은 올라갈 것입니다. 

전반적인 물건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인구"입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동일한 화폐량에서도 물건의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낮아지고, 가격이 낮아지면 사회에 유통되는 화폐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거나 일시적으로 특정물건에 대한 선호가 낮아지면 인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물건이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물건의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 중에서도 공급가격의 영향을 받게 되어 해당 물건의 절대적인 생산비에 환원된 가격으로 물건의 가격이 결정될 것입니다. 즉 인구가 감소되는 만큼 생산능력도 줄어들어 수요와 공급은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항상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 중에 어느 것이 먼저 감소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이 수요와 공급이 모두 감소하여 항상 물건의 생산비로 가격이 환원된다고 볼 것입니다. 

물건의 실질가격에 대해서 가장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건의 생산비이고, 그 중에서도 생산기술의 "혁신"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마도 "자동차"와 "컴퓨터"일 것입니다. 물론 농업도 비료의 도입에 따라 왕성한 생산력의 향상을 보여주었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나 컴퓨터의 경우에는 생산기술의 진보에 따라 급격한 가격하락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그 크기마저도 소형화의 길을 걷게 되어 더욱 놀라운 가격하락현상을 보였습니다. 생산기술의 혁신이 언제나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고, 저는 개인적으로 21세기에는 새로운 비약적인 생산기술이 도입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술혁신의 요소는 가격에 중대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는 불필요한 요소이므로, 기술혁신은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화폐량의 확대는 "인플레이션"의 요소

신용화폐의 경우 통화당국이 얼마나 많은 통화를 찍어내고 은행이 얼마나 신용을 창출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화폐량"이 결정됩니다. 화폐가 많아지면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올라갑니다.

최근 들어 통화당국은 화폐량을 늘리기 위해 본원통화을 더 많이 발행하고, 신용창출을 돕기 위해 이자율을 대폭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의 "화폐량"을 늘리려는 노력입니다. 

하지만 "화폐"란, 특히 신용화폐란 화폐 자체에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화폐에 대한 "믿음"이 중요합니다. 돈은 중앙은행의 빚입니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는 발행된 화폐는 "빚"으로, 화폐로 구입한 것은 "자산"으로 기록됩니다. 중앙은행의 자산은 주로 달러와 같은 외화, 금, 정부나 은행에 대한 채권 등이 있을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외화와 금을 통화를 마구 발행해서 확보할 수 있지 않습니다. 외화와 금의 획득력은 환율에 영향을 받고, 환율은 국민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므로 통화당국이 함부로 화폐량을 늘리는 것을 제어합니다. 정부와 은행에 대한 채권도 무한정 늘리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부채는 재정적 한계가 있고, 은행에 대한 채권도 국민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려 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신용이란 빚이고, 빚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갚는 것"을 전제로 늘어날 수 있는데,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는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의 신용창출은 가능하지 않고 "신용축소"가 불가피합니다.  


인구의 감소는 "디플레이션"의 요소

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통화량"과 "화폐유통 속도"입니다. 

인구가 감소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고령화를 의미합니다. 고령자는 신중하고, 미래를 생각해서 적정한 저축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고령화에 따라 빚을 내려는 욕구가 줄어들어 신용창조가 줄어들어 "화폐량"이 축소될 수 있고, 소비하더라도 돈을 바로바로 쓰지 않기 때문에 "화폐유통 속도"도 하락합니다. 신용창조와 화폐유통 속도의 하락은 통화당국이 통화량을 늘려 물가를 올리려는 노력을 좌절시키는 요소입니다.

인구감소의 영향을 받는 주택은 그 실질가격이 하락할 것입니다. 즉 다른 물건과의 교환 비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인구감소에 따라 일시적으로 주택수요가 다른 물건에 대한 수요보다 더 많이 줄어들게 되어 그 실질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의 흐름이 더 강할까?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은 아직 화폐량 확대의 여력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화당국은 빚을 그 최대한도까지 늘리려고 할 것입니다.빚을 더 이상 낼 수 없는 한계상황이 오면 급격한 "신용축소"의 형상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언제일까요? 이 시점부터는 확실한 "디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한계상황이 오기 전에 빚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하고 있습니다. 은행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알기에 적정한 수준에서 신용창출의 확대를 조절할 것입니다. 더구나 국제적인 금융규제에 관한 협약이 이루어지고 있어 은행도 일정한 수준의 BIS 비율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신용확대의 정지"라든지, "신용의 완만한 축소"가 먼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시점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조금 앞당겨질 수 있고, 시장이 받는 충격은 다소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완만한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거나 아주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여줄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통화량 확장의 한계가 인구감소와 겹치게 되면, 일본의 경우와 같이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이 예상됩니다. 더구나 원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물가상승률이 낮으면 지속적으로 원화가치는 높아질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적인 기조로 안착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환율의 경우에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영향을 미치겠는데, 우리가 원화가치의 강화에도 계속해서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무역흑자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면 디플레이션은 그 기간 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간혹 디플레이션의 기간 동안 화폐량 축소 및 신용축소에 따라 빚이 줄어들게 되면 통화당국은 드디어 빚을 늘릴 여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신용의 확대를 노리는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그 여력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의 전반적인 흐름을 완전히 되돌리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디플레이션의 흐름 가운데 가끔씩 짧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