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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지가격은 적정 수준인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15. 09:50 돈벌고쓰고/가계생존전략

물건의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가격은 돈으로 평가되는 만큼 단순히 그 물건을 살 때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만 봅니다. 하지만 화폐의 수량으로 판단되는 가격은 그 사회에 존재하는 화폐의 양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물건의 실질적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게 합니다.  어떤 물건의 실질적인 가격은 다른 물건과 얼마의 비율로 교환할 수 있느냐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을 만드는 데에는 사람의 노동력이 들어갑니다. 저에게 물건의 가격을 따질 때 중요한 것은 '내가 하루 일을 해서 얼마를 버는데, 이 물건은 내가 몇일 동안 일을 해서 벌어야 살 수 있는 물건이다' 하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100만원짜리 컴퓨터는 대략 열흘 정도 일을 해야 살 수 있다든가, 1억원짜리 집은 몇 년간 일을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지는 누구의 노동력도 투자되지 않은 것인데도 사회적으로 매우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농업이 주를 이루었고, 거의 모든 실질적인 생산활동은 토지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업과 서비스업이 산업의 주를 이루고 있어 토지의 중요성을 대체적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토지는 매우 중요한 생산요소입니다. 뭔가를 만들더라도 공장을 지을 터가 있어야 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비스업도 서비스 종사자와 고객이 만나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논리를 단순화하자면, 농업사회에서는 토지의 가격이 높았지만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토지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경제구조의 공평함에 관해서도 극단적인 가정을 하자면, 토지란 사람의 노동력이 주어져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저 존재하는 것인 만큼 토지의 가격을 높여서 특정한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므로, 토지의 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공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는 완벽하게 공평할 수는 없고,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공평은 감내해야 하지요.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토지가격은 적정 수준일까요? 

지난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자산 총액은 5604조8000억원으로, 2012년 GDP 1377조5000억원의 4.1배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건물 가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그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은 2.4~2.8배 수준이고,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각각 1.3배, 1.6배로 조사되었습니다. 

GDP라는 것이 국민이 1년 동안 경제활동을 해서 번 돈이라는 뜻인데, 이처럼 GDP 대비 토지자산 가치가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땅값이 비싸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더 공평한 사회가 된다면, 땅값은 더 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