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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은 빈부격차(소득격차, 자산격차)를 줄일 것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29. 11:26 돈벌고쓰고/국가경제정책

우리가 흔히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때에는 소득만을 논의합니다. 중산층은 그 소득이 상류층과 하류층의 중간 쯤에 위치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중산층을 자산이 아니라 소득으로 분류했던 것은 중산층이 가진 자산이 별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득격차와 자산격차를 살펴볼 때,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은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소득 중 소비하지 않고 저축한 부분이 수년간 누적되거나, 투자를 통하여 얻은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자산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됩니다. 소비성향을 살펴보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높기 때문에 저축을 더 적게 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이 매우 적기 때문에 투자수익을 거둘 수도 없습니다. 부자일수록 더 많이 저축하고,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집니다. 자본주의가 진행될수록 자산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는 디플레이션이 과연 빈부의 격차를 줄일 것이냐 하는 점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적 현상입니다. 빈부격차는 소득분배의 문제입니다. 양자는 본질적 관련은 없습니다. 분배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가치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지, 디플레이션이 분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과 빈부의 격차가 아무런 상관성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의 시기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빈부격차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빈부격차를 줄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이 빈부격차를 줄이는 이유


1. 자산가치 하락

디플레이션은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는 반면,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빈부격차는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훨씬 심각한데, 디플레이션에 따라 부자가 주로 갖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 자산격차도 해소됩니다. 


2. 이자율 하락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가 하락하고 이자율도 덩달아 하락합니다. 물론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이자율까지 하락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자율이 하락하면 자본 수익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라 경제의 성장률이 자본수익률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지만,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서 필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극심한 디플레이션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대공황기인 1932년부터 1937년까지 거의 2배 정도로 생산량이 증가했습니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도 이자율이 낮은 경우에는 소득불평등이 완화될 것입니다. 


3. 생산자 프리미엄 감소

인플레이션의 시기에는 생산자는 돈을 빌려 투자를 해서 판매할 때에는 물건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추가적인 이익을 얻는 프리미엄을 갖습니다. 전통적으로 통화당국은 2% 정도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생산활동을 촉진시켜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자 프리미엄은 소비자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는 언제나 올라가기만 하는 물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노동자는 언제나 생산성향상 분과 물가상승 분을 합한 만큼 임금상승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기업가는 초과적인 자본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이것은 소득격차를 일으켰습니다. 디플레이션에 따라 생산자 프리미엄이 감소하면 소득격차도 완화될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이 하향 평준화를 야기할까?

혹자는 말합니다. 디플레이션에 따라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좋다. 하지만 노동자의 소득와 자본가의 투자수익이 모두 감소하기 때문에 결국은 하향 평준화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생산자 프리미엄이 줄기 때문에 생산자는 투자위험을 고려해서 생산확대를 위한 투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은 오히려 생산물의 가격을 낮추면서도 수요를 진작시켜 매출액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과거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산업이던 컴퓨터 산업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좋은 효과를 누렸습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과 함께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것은 투자가 위축된 측면도 있지만, 인구구조상 출산율의 장기적 하락에 따라 고령화가 진행되어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생산능력 자체를 크게 늘릴 수 없었던 사정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구조상의 문제와 더불어 외국인 이민에 대해서도 매우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경제가 더욱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자녀 출산과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장려하고 지속적인 재분배 정책에 따라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복지적 지원을 높여왔던 미국은 디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2배 가량의 생산량 증가를 경험했습니다. 


정부정책과 시민의 대응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디플레이션이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러한 경향을 지닌다는 것이지, 논리필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따라 빈부격차가 해소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최근 각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핑계로 해서 자산가치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통화팽창을 시도하고, 기업에 대해서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부자감세를 시도하는 것은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조치의 한 부분입니다. 정부가 누구의 편에 서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느냐에 따라 빈부격차가 더 커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국민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