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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개혁와 복지국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29. 10:27 돈벌고쓰고/국가경제정책

정치권에서는 공무원연금제도를 손 보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일반국민은 환호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조건이 좋다는 점에서 국민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에 대해서 매년 국고보조가 몇 조씩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내는 세금이 공무원의 복지에 쓰이는 것이라서 더욱 속쓰리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공무원이라서 연금제도에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게 되면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주장을 한다는 말을 듣기 쉽기 때문에 연금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을 다소 꺼리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에서야 공무원연금에 대해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공무원도 국민입니다. 일반국민이 가입하게 되어 있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이 가입하는 공무원연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불공평해 보입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앞서 공무원도 노동자인데, 공무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상 예외가 인정되는 부분이 많으며, 특히 공무원 퇴직금의 경우에는 일반 국민에 대한 것보다 열악합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경우에는 퇴직금에서 손해 보는 것을 연금의 이득으로 보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연금의 이득이 더 좋은 것입니다. 따라서 공무원이 연금과 퇴직금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일반국민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초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에 대해서 노후보장을 해 줌으로써 공무원이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공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부수적으로 공무원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공무원의 봉급이 일반 기업보다 박봉인 점도 고려했을 것입니다. 


공직 부패는 줄어들고 있고, 일단 공무원의 봉급도 점차 일반 기업과의 격차를 해소해 가고 있기 때문에 굳이 공무원에 대해서 일반국민과 다른 연금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제도는 오히려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국가가 피고용자인 공무원의 복지를 향상을 위한 제도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보다는 국민연금의 혜택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혁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연금이라는 제도가 국민이 편안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서구 여러 국가의 예를 보면 공무원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당초에는 연금을 기금에서 주던 것이 기금이 고갈됨에 따라 세금에서 주는 것으로 연금의 설계가 변경된 사례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금을 자신이 모은 것만큼 받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일반적인 적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금제도는 명백하게 복지국가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채택된 제도입니다. 따라서 연금을 이야기할 때 마치 적금처럼 모은 것보다 얼마나 더 받는가 하는 것보다는 그 지급금액이 적정한가 하는 복지적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연금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임금을 다소 적게 받더라도 사용자가 초과 이익을 얻는 것을 인정한 면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초과 이익이 세금을 통해 국고에 귀속되면 나중에 국고로부터 노동자에게 연금으로 지급됩니다. 즉 연금제도가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당초 약속한 대로 연금지급을 이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것을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공무원도 연금 제도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박봉을 참아냈다는 점에서는 그 논리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금은 미래의 노후보장을 위해서 국가가 노동자와 기업자에게 강제한 저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저축한 분량은 단지 노동자나 기업이 분담금으로 납부한 액수를 초과합니다. 미래에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상승이 억제된 노동비용도 저축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하면서도 유리지갑을 가진 근로자에 대해서는 증세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세정책은 소득격차를 늘려서 경제의 유효수요를 더욱 줄이고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정책입니다. 연금제도를 악화시키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국가재정을 충실하게 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활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는 미래의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에 소비하기보다는 더욱 저축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유럽을 보면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남부유럽은 개인의 저축률이 낮은 반면, 복지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북부유럽은 개인의 저축률이 낮습니다. 또한 최근 남부유럽에서 벌어졌던 집값 폭등과 급락에 따른 경제불안도 복지제도가 완비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장년층이 집값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정책방향이 국민의 복지를 확충하려는 것이 아니라, 집값 지지를 위한 불필요한 재정지출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재정의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1차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개악한 다음,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