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우리가 닮아가는 이유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22. 13:51 돈벌고쓰고/국가경제정책

저는 아래의 제 포스트에서 디플레이션에 관한 글을 많이 남겼습니다. 제가 우리의 디플레이션 전망에서 가장 눈여겨 보게 된 나라는 일본이었습니다. 지금껏 우리의 경제개발의 초창기부터 이상하리만큼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면까지도 그렇습니다. 특히 인구의 경우에도 일본과 한국은 함께 급속도로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더 넓게 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도 일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남아 삼국은 머지않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우리가 맞이하게 될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기술혁신에 따라 생산비용이 절감되어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은 생산자나 소비자나 기쁘게 맞이하겠지만, 소비가 위축되는 디플레이션은 생산자에게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월급이 다소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맞이하게 될 디플레이션은 소비위축에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우리가 일본과 비슷하게 디플레이션을 맞이 할 것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그렇습니다.


1. 고령화에 따른 수요감소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인구의 절대적인 수가 그대로이거나 조금씩 증가하더라도 주소비계층인 유소년이나 청년층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노인은 자신이 얼마까지 살게 될지 불안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노인이 되어 증가하는 지출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의료비와 같은 특정한 영역으로 제한됩니다.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물건의 가격을 낮추어서 판매하려고 할 것이고, 물가는 낮아질 것입니다.  


2. 튼튼한 제조업 기반

만약 고령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제조업 생산기반에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의 물건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수요에 충분한 만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 외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공급능력이 좌우될 소지가 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제조업이 매우 튼튼해서 국내수요에 충분하고 넘칠 만큼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수요가 감소하면 국내업체는 수출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고, 수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위축된 국내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물가가 낮아질 것입니다. 


3. 환율하락 전망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는 채권국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정부는 국내기업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외환을 흡수하기 위하여 국내의 통화량을 늘리려고 하겠지만, 중앙은행의 통화량 증가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정부가 나서서 국내기업의 외국투자를 촉진하려고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기금 등 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 향상을 위해서라도 외국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국내에 가져오기보다는 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당국이 이자율을 0%에 근접한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할수록 내국인은 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입니다. 이러한 외국투자가 쌓이면 더 많은 투자수익이 국내로 들어올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지속적으로 환율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인데, 이에 따라 예상되는 외환거래 수익을 얻기 위하여 현재 외국인과 국내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환시장에 가정주부까지도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정부의 환율방어정책은 큰 실효성을 갖지 못할 것이고, 결국 시장의 대체적인 흐름은 환율하락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아마 이러한 경향은 우리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크게 상실하거나 국내에 재난 등이 발생하는 등의 사태에 따라 무역수지게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입니다. 

이러한 환율하락은 수입물가의 하락을, 결국 국내물가의 하락을 초래할 것입니다. 


4. 토지가격 및 건물임대료의 하락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국내에 공장을 지으려는 수요는 줄어들 것입니다. 당분간은 인구도 다소 늘고 가구수는 더욱 늘어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주택 공급능력도 충분합니다. 국내수요의 감소에 따라 상업지역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건물임대료는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주택가격의 하락은 주거비용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노동비를 낮추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음식점 등과 같이 건물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는 대부분 업종의 서비스 요금을 낮출 것입니다. 이것은 물가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건물임대료의 급격한 하락과 일시적인 물가하락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5. 열악한 사회보장제도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진 경우에는 정년을 넘긴 노령층은 대체적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연금으로 생활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경우에는 노령층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노동공급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비용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노령층이 고소득 일자리보다는 저소득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도 인건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경우에는 사회전체적으로 노동비가 절감되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낮아지고, 물가가 낮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6. 높은 소득격차

경제가 성장하는 때에는 소득격차가 자본축적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하강할 때에는 소득격차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소비성향은 저소득층이 높습니다.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번 돈의 대부분을 소비합니다. 반면 고소득자는 소비성향이 낮습니다. 경제가 하강할 때 소득이 낮은 사람은 돈이 없기 때문에 더욱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말 그대로 생계유지에 필요한 정도로만 소비를 극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효과를 빚게 되고, 수요감소는 물가하락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가 우리와 일본이 비슷한 점인데, 몇몇 요인은 우리가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경향이 있습니다. 고령화는 더 심각할 것이고, 사회보장제도는 일본보다 열악하며, 소득격차는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일본보다 무역흑자가 다소 불안정한 점이 있고, 국내 기업의 산업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환율의 하향 안정화를 막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우리의 산업발전 과정이 일본과 비슷했기에 쇠퇴화의 길도 비슷해질 것입니다. 더구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도 일본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요소가 낮은 이자율, 집값 지지 정책입니다.  


낮은 이자율 정책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장기화할 것입니다. 

이자율이 낮으면 경쟁력이 낮은 기업이 경쟁력이 높은 기업보다 오히려 더 유리한 입장에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경쟁력이 낮은 기업일수록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이자율은 결국 산업의 구조조정을 방해합니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높은 생산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합니다. 생산능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기업들은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물건을 팔려고 할 것입니다. 낮은 이자율은 경기를 활성화해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장기화할 것입니다. 


집값 지지 정책은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장기화할 것입니다. 

집값을 높게 유지하려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건설업체들은 계속해서 주택을 공급할 것입니다. 주택의 공급량이 그대로 유지되면 주택의 초과공급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조만간에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내지는 폭락을 불러올 것입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공공의 택지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집값이 유지되는 한 건설업체는 어떻게 해서든지 민간의 택지공급 및 주택공급을 늘리려고 할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집값의 하락을 불러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