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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감시의 금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5. 14:47 어떻게살까

아래는 제가 업무상 작성한 최근입법동향에 관한 자료 중 하나입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은 읽어 보세요.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감시 금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1. 입안배경

 법률은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자 사이의 권리·의무 관계를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노동관계에서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해 업무에 전념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근로자도 개인적 욕구를 가진 인격체이다. 근로자가 고용계약을 통해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일정한 시간 동안 그의 전인격을 사용자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한 한도에서 사용자의 근로감독에 대응하여 사용자의 사업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본다면, 근로자도 개인적인 욕구를 가진 이상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도에서는 근로시간이라도 “딴짓”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용자의 사업장 감시에 관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갖는다. 사용자는 효율적인 경영과 안전관리를 위해서 사업장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권리와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있으며 노동3권의 행사를 무력화하는 데 노동감시가 활용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도구는 인간이 욕구 충족을 극대화하는 사용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또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욕구 충족에 봉사한다. 정보통신기술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하는 사용자의 욕구와 결합될 때 근로관계상으로는 노동감시라는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여건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실제적으로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근로자의 안전 유지와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전자적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의 사용증가로 노동강도가 전보다 강화되었고, 일상적인 노동감시의 결과 업무 이외의 사생활 감시 등과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노동조건에 관련해서는 노동관계 법령이 적용된다. 따라서 노동감시가 그 목적이나 동기, 노동감시수단의 설치장소·규모·방법, 감시의 대상 및 방법, 노동감시 전후의 노사관계, 조합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서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동관계 법령에서는 전자노동감시가 법제도적으로 노사관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근로조건의 하나로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은 감시 설비의 설치에 대하여 근로자가 알지 못 할뿐만 아니라 감시 설비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설치 목적 외로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일반적인 법령이 없어서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감시 설비가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사생활 및 인격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수의 인권침해 사례에 관한 민원이 접수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업장의 “전자감시”를 사용자가 각종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장 내외에서 근로자의 작업과정은 물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를 수집·저장·전송·가공·분석하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연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사기술은 영상시스템(CCTV 몰래카메라), 위치추적시스템(GPS), 전자카드(IC칩 카드 등), 생체인식기(지문, 홍채, 정맥 등을 이용) 등이 있다. 최근에는 업무용 개인 컴퓨터, 전화 등에 대한 무단 열람, 도청이나 감청과 함께 업무통합관리시스템이나 생산자동화 시스템도 근로감시에 활용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근로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1996년 “근로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행동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이 강령에서는 컴퓨터에 의한 조회기술, 자동화된 인사정보시스템, 전자 모니터링, 유전자 검사 및 약물검사 등의 도입으로 정보보호 규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구속력은 없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그 동안 제기되어 온 전자 노동감시에 대한 노동계와 시민사회 차원의 문제제기를 수용하여 2007년 11월 노동부에 사업장 전자감시에서 근로자 인권보호를 위한 법령·제도 개선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사업장 전자감시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제반 사태의 경과에 따라 사업장 전자감시를 규제하기 위한 의원입법에 제안되었는데, 2014년 4월 13일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이 법률안의 주요내용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근로자의 안전 유지 및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등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경우에는 감시 설비의 유형,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하는 정보 및 그 수집·이용 목적을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하며,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 개정안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그 입법 가능성을 전망하고자 한다. 


2. 의원입법안의 주요내용

  이 법률안은 근로자의 노동감시를 금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여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벌칙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가.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

  개정안 제100조의2에서는 사용자는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전자적 감시 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 안전사고 예방,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감시 설비를 설치·운영하려는 경우 감시 설비의 유형과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하는 정보 및 그 수집·이용 목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알리고 설치 여부 및 설치 방법 등에 대하여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면서, 이에 따라 설치한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치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 개정안은 근로자의 노동감시를 위한 전자적 감시 설비의 설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설비가 노동감시로 활용되는 것은 막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개정안에서 근로자의 노동감시를 위한 장치 설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근로자 안전사고 예방,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을 위한 감시장치의 설치는 허용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은 이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서만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제공할 수 있다. 이 법에서는 개인정보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말하므로, CCTV 영상처럼 개인을 알아 볼 수 있는 정보는 물론, 회사 컴퓨터에 설치한 프로그램에 의해 수집된 인터넷 접속기록 등과 같은 행동정보도 개인정보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얻는다면 충분히 노동감시를 위한 장비를 사업장에 설치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근로관계는 사용자가 근로감독권을 가지고 있고 개인은 사용자의 정당한 감독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고용사정상 실직의 위험이 있는 개인으로서는 회사의 감시장비 설치에 대해 동의를 거부하기 곤란한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정규직과 같이 고용관계가 불안정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개정안은 이와 같이 사용자의 감독권에 따라야 하고 고용관계상 약자인 근로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둘째, 노동감시는 대체적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노사관계를 「근로기준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 자율적인 협약에 의해 그 권리·의무관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전자 노동감시의 문제는 단체협약·근로계약·취업규칙 등을 통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그 기준과 원칙을 확립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도 가능하다. 그런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근로자의 사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에서 노동감시를 적절히 제한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등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소규모의 사업장일수록 노동조합이 약하고, 이에 따라 사용자 측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근로조건이 작성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강행규정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섯째, 사용자에게 모든 감시장치의 설치가 금지된다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에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 안전사고 예방,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의 목적을 위한 감시장치는 원칙적으로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장치의 설치를 허용하되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두 가지 제약을 두고 있다. 먼저 감시 설비의 유형과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하는 정보 및 그 수집·이용 목적을 근로자에게 알리고 설치 여부 및 설치 방법 등에 대하여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사용자가 감시장치의 설치와 관련해서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한 것은 근로자의 업무형태나 그 밖의 사업자 여건에 따라 근로자 안전사고 등의 가능성과 이에 따른 감시장치의 설치 필요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사업장의 상황에 맞게 적정한 범위에서 감시장치가 설치되도록 하고, 감시장치의 설치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설치된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치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나. 벌칙조항

  개정안은 사용자가 제100조의2제1항을 위반하여 근로자의 노동 감시 수단으로 전자적 감시 설비를 설치한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같은 조 제2항을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알리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아니하고 근로자 안전사고 예방, 사업장 시설의 도난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을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감시 설비를 설치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같은 조 제3항을 위반하여 근로자 안전사고 예방 등의 목적으로 설치한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안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사업주가 노동 감시 수단으로 전자적 감시 설비를 이용하는 것을 상정했을 때 ① 제100조의2제2항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한 감시 설비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노동 감시의 목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반면, ② 애초부터 노동 감시 수단으로 “불법하게 설치”하고 수집 정보를 노동 감시에 이용하는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 받게 된다. 이것은 당초 제100조의2제3항이 제2항에 따라 설치한 감시 설비, 즉 적법하게 설치한 감시 설비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만을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정안의 내용은 불법성의 크기와 제재의 강도가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의 원칙상 다소 불균형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제100조의2제1항을 위반해 설치한 장치를 이용해 수집한 정보를 이용한 경우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입법 전망

  일반적으로 사업장에서의 근로자 활동은 대체적으로 사업목적을 위한 활동과 사생활 영역이 섞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근로활동과 사생활의 엄격한 분리는 불가능하다. 비록 사업장이 사업주의 재산이며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전부 계약된 노동행위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근로자 감시행위는 분명 한계가 있고, 사업자의 근로자 감시행위를 규제할 법령의 입법 필요성이 있음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31% 정도는 회사에서 근로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고, 근로자 중 60.3%는 근로감시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반면 이 법률안에 대해서는 아직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할 만한 주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노무지휘권을 행사하거나 기업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소유권에 따라 기업시설을 관리할 수 있다. 사용자는 생산성 향상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근로자의 근로과정을 감시하는 데 이해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사용자의 근로자 감시가 전면적으로 금지된다기보다는 근로자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하는 한도에서 금지되므로, 결국 근로감시를 어느 정도까지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사용자의 업무 감독권과 근로자의 인격권을 상호 이익형량을 통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즉 정보통신기기에 따른 노동감시는 기업의 영업비밀유지와 노동자의 개인정보보호 및 사생활 침해 문제가 충돌하는 영역이므로, 양자의 기본권 충돌 문제를 상호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편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법」의 개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을 것이나, 「개인정보 보호법」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보다는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므로, 근로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진선미 의원의 법률안과 같이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하려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선미 의원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러한 노동자와 근로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한 선에서 조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회의 입법과정상 검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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