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성 함정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5. 11:14 돈벌고쓰고/국가경제정책

저명한 경제학자 크루그만이 그 자신의 블로그에서 유동성 함정에 관해서 이야기했네요.


Money in a Time of Zero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4/09/03/money-in-a-time-of-zero/)


크루그만은 정통적인 케인지안으로 보입니다. 유통성 함정에 대한 그의 논리를 들어볼까요?


크루그만의 논리

그는 이 번 블로그 포스팅에서 "돈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 미친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경제에서 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하찮은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유동성 함정"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에서 아무리 돈을 풀려고 해도 돈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따라서 돈을 푸는 것이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돈줄을 꽉 조이면 엄청난 파장이 올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즉 유동성 함정의 시기에는 통화확장 정책은 별 효과가 없지만, 통화축소 정책은 그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침체기의 통화유통속도

경제학 원론 책으로 배운 것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통화량은 본원통화에 통화유통속도를 곱해서 계산됩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본원통화를 늘리더라도 통화유통속도가 극도로 낮은 상태에서는 통화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명확한 이론은 없지만 본원통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통화유통속도는 더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통화유통속도는 돈에 대한 보유욕구에 따라 좌우되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돈을 꽉 붙잡고 유통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통화유통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디플레이션의 전조라고 합니다.

흔히 통화유통속도는 소비자 심리로 대변되기도 합니다. 미국의 소비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굳건하게 회복된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크루그만은 미국의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긴 했어도 아직까지는 "유통성 함정"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장

반면 자유주의자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디플레이션의 대응은 최상책은 무대응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경기변동이란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확장기 초기에는 이자율이 낮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확장기 후기에는 이자율이 높아져 초기의 투자가 과잉 상태에 다다를 경우 침체기에는 이런 잘못된 투자를 조정함으로써 자본주의가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통화당국의 통화확장 정책은 잘못된 투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지연시켜 불황을 장기화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저의 견해

저는 개인적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통화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주 강력한 통화정책이 일응 성공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융의 지나친 확장정책은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그 자연적인 치료를 계속 회피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픈 것이 곪아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황기에는 아픔이 따르지만 잘못된 투자를 청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경제가 다시금 활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