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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인가(이성에 대한 사랑)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0 느끼며즐기며

사랑에 관한 첫 글을 이렇게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인가 아니면 의무인가? 다른 무엇인가? 사랑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에 강한 합의는 없다. 사랑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어찌보면 사랑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사랑에 대한 개념 규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이 그렇하겠지만, 여기서는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을 규정하기보다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주관적으로 나열할 것이다. 


사랑은 "위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마음은 생각, 감정, 의지 등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다. 인간이 감정으로만 뭉친 존재가 아니고 지, 정, 의를 갖춘 인격체이다. 따라서 마음도 이러한 인격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실체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랑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사랑을 구체적으로 분류해서 그 개별적인 사랑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다음 개별적인 사랑에 공통적인 요소를 추출해서 사랑에 관한 일반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랑은 그 대상에 따라 이성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등으로 나누고 있다. 그런데 대상에 따라서 사랑의 본질이 바뀌는 것인가? 이성에 대한 사랑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본질적으로 다른가? 우리가 남을 사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본성에 사랑하는 마음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여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이성에 대한 사랑이다. 물론 이성을 향한 마음은 동물적인 본능이요 자손 보존을 위한 요구이다. 지극히 생물적인 욕구이고 이기적인 충동이지 이것을 순수한 사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성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근본목적은 이성과의 성적인 접촉을 통해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가 있어 이성에 대해서 배타적인 권리를 갖으려는 충동이 생긴다. 이러한 욕구와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그 본질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어떠한 대상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성에 대한 사랑이 이러한 욕구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면 과연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도 못할 것이다.


어떤 과학자가 인간이 이성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호르몬이 대략 3년 정도 분비되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 격정적인 사랑을 느꼈다가 점차 아무런 감정적인 동요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성에 대한 격한 감정을 사랑의 실체라고 한다면, 사랑은 3년 이상 지속되지 못하는 일시적인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이 이렇게 덧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인정하지 못하겠다. 이성에 대한 사랑의 꽃이 "부부 사이의 관계"라고 한다면 부부는 평생을 같이 하는 동반자로 규정되어야지 몇년마다 갈아치워야 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성에 대한 사랑도 단순히 감정 외에 다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럼 사랑에는 감정 외에 지식적인 요소와 의지적인 요소가 공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감정은 궁극적으로는 종족보존을 위해 상대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려는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자연이 인간 안에 심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그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을 쌓게 된다. 이러한 지식은 결국 사회의 유지족속을 위해서는 어떠한 행위패턴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일정한 합의를 얻게 된다. 이를테면 남녀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자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든지, 부모는 자식을 사회인이 될 때까지 일정한 기간 "가르쳐야 한다"든지, 일정한 경우에는 인간의 욕구는 순간적으로 끓어올랐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감정에 맡기기보다는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든지 등등. 수많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행위방식이 지식으로서 전수된다. 


인간은 이러한 지식을 일정한 범위내에서 자신에게 적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다른 경우에는 종래의지식이 필요없고 거부되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독자적인 행위를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게 마련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종존보존이라는 원시적인 부름에 언제나 순종하기 않고, 장기 지속한 사회의 형성이라는 막중한 책임 하에 자신의 본능적 요구를 제어할 수 있다. 그러한 사회적 지식은 기본적으로 종족보존에 상반되는 효과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의 형성은 자녀를 보호하고 부부가 일정한 재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유지함으로써 동일하게 주어진 자원의 상태에서는 가장 많은 종족을 생산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