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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널 사랑해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느끼며즐기며

아직 텔레비젼 드라마인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 줄거리가 좀 특이한 것 같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랐으면서도 선 결혼 후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결혼과 사랑 중에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러한 구조를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결혼이란 남녀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제도이므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흔히 말한다. "사랑하기에 결혼한다." 결혼하였기에 사랑한다. 둘 중 무엇이 맞는 말인가? 일반적으로는 두 명제는 결합된다. 사랑하기에 결혼하고, 결혼하였기에 그 사랑을 더 깊이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사랑없는 결혼도 가능하다. 사랑없이 한 결혼도 그 유지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은 꼭 남녀 사이의 관계는 아니다. 모든 사람에 대한 관계에서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행위의 형태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사랑을 감정의 한 형태라고도 한다. 인간은 감정을 갖는 존재이고 행위는 감정을 기반으로 하니까 감정이 행위보다는 더 본질적인 관계의 형태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서 사랑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그 대상의 복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랑이 격정적이고 간혹 이기적이기까지 하다는 견해도 있다. 인간의 성 행위는 생산활동이자 한편에서는 자기파괴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동물에게 나타나는 거의 모든 성행위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그럼에도 성행위를 기꺼이 하게 되는 것은 후손을 번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이란 가장 기본적으로 후손을 번식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지속시키는 활동이다. 자기 개체를 파괴하지만 종족의 보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행위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성행위가 그렇게 자기 파괴적인 행위가 아니다. 남성에게는 그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도 아니고, 여성의 경우에도 1년간 임신기간이 있다. 그런데 자손의 보존을 위해서는 단순히 성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자손을 부양하는 책임이 따르게 된다. 인간의 경우 자녀의 부양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사랑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성행위를 하고 그 결과 태어나는 자녀를 양육 보호하는 일련의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 조물주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본능적인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능적으로 볼 때 결혼한 후에는 오히려 사랑의 감정이 더 요구된다. 그리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서로 사랑해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남녀간에는 서로 끌리도록 되어 있는 본능적인 요구가 있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사랑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인간의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도록 되어 있는 인류가 형성한 가장 기본적인 제도인 결혼 제도는 남녀간에 사랑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라는 드라마는 인간의 본능에 밑바탕을 깔고 있다. 또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는 의무감이 꼭 필요하다. 의무가 없는 곳에는 사랑도 존재할 수 없다. 의무가 감정을 만들지 못한다. 인간의 욕망은 강제되면 줄어들고 금지되면 커진다. 남녀가 결혼하고 사랑이 의무가 되면 그러한 욕망을 사그라들 수 있다. 성행위가 권장되면 그 매력이 줄어들고, 금지된 행위를 오히려 더 쫓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권장되는 행위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인지만, 금지된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순간에만 기회를 잘 포착해서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경제학에서도 희소한 자원일수록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이를테면 물은 생활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싼 반면, 보석은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희소하기 때문에 비싸게 된다. 결혼한 사람에게는 아내와의 관계란 넘처나는 자원이고 결혼 밖의 여성은 희귀한 자원이다. 객관적으로 따져서 아내와의 관계가 삶의 영위에 있어 더 요긴한 자원일 수 있지만 넘처나기 때문에 귀중한 줄을 모르게 된다. 

나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라는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강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설정이라고 본다. 나를 비롯해서 아내를 무시하는 모든 남성이 객관적인 가치의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드라마는 자신의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성행위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행동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