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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의 문화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느끼며즐기며

겸손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옛부터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자랑했고(일단 자화자찬에 가깝지만), 겸손을 미덕으로 생활하다 보니 자기를 비하하는 것까지도 칭찬하거나 사회에 만연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아래의 글에서 "김치녀"의 논쟁을 적었다. 된장녀, 김치녀 등의 폭력적 언어 사용은 단순히 남녀 대결의 문제을 넘어 자기 혐오 정신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발전을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부작용이 심하다. 


나는 김치를 좋아한다. 당초 김치녀의 어감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김치처럼 상큼하고 매콤한 매력을 지닌 여성을 뜻하는 것쯤으로 생각했었다. 왜 김치녀에 좋지 못한 뉘앙스를 풍기려고 하는가? 오히려 김치녀를 한국의 멋을 대변하는 여성상으로 부각시킬 수는 없었을까? 지금 김치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 않은가? 김치가 별볼일 없는 식품이라면 한국인이 오랫동안 식용해왔을 리가 없지 않은가? 김치는 매우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다. 어떤 면에서는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한국의 식문화에서는 김치로 못하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김치야말로 한국이 자랑해야 할 문화적 아이콘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김치녀를 좋지 못한 어감으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이 단어를 만든 사람의 삐뚤어진 사고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이러한 비난을 용서하시라. 언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인 이상 본인도 이러한 언어활용에 일조했음을 반성한다). 

된장녀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중에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든가, 젠장과 같은 욕설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된장은 우리의 식생활을 매우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다. 나는 된장국을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은 사람이다. 된장을 사랑한다. 그렇다면 된장녀도 사랑하고 싶다.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