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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 논쟁 한국여성에 대한 언어폭력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느끼며즐기며

김치는 한국을 대표한다. 하지만 과연 "김치녀"가 한국을 대표할까? 이 표현은 한국여성에 대한 언어폭력이다. 나는 이 표현을 만든 남성이 여성에 대한 혐오감에 똘똘 뭉친 남성일 거라고 단정한다. 왜 한국여성을 모조리 싸잡아 비판하는 듯한 표현을 할 것인가? 

김치녀는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모두 부담하고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장만해야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면서 비난한다. 과연 그런가? 한국여성이 모두 그런가? 한국여성 중 일부가 그럴 수 있고,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부류의 여성은 미국, 일본, 중국... 등등 세계곳곳에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지금 아내와의 데이트 비용을 남성인 내가 대부분 부담했다. 그것은 아내가 김치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전화를 해서 만나는 것이니까 그런 것이다. 일반적으로 약속을 해서 만날 때에는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식사값을 내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그대신 아내에 대해서는 일체의 선물을 사주지 않았다. 아내도 생일날에까지 선물을 사주지 않더라도 크게 불만은 없었다. 나중에 지나가면서 말을 하기는 했지만. 또 결혼할 때 집도 없이 결혼했으며, 전세자금도 거의 대부분을 빚으로 시작했다. 이를테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결혼한 것이다.  나만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 내 주위의 많은 여성들은 남자가 집을 장만한 뒤 결혼하지 않았다. 남녀가 마음이 맞으면 결혼한 것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불만 가운데 하나가 여성의 상승지향적 결혼관을 지적할 수는 있다. 재벌남과 평범녀의 결혼이 드라마의 주요소재로 떠오르는 것도 여성의 신데렐라 욕구를 자극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 경우에는 상승지향적 결혼관이 지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아직 우리가 전통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여성의 경제력이 미약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률이 외국에 비하여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한 남성 선호 사상에 젖어 한 집안에서도 남성 위주로 교육을 해서 남성과 여성의 상급학교 진학률도 크게 달랐다. 물론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 여성이 남성에 비해 크게 차별을 받았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을 보고 결혼하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처럼 굳어졌다. 아직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대부분 비슷한 결혼유형을 보인다. 유독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대부분 부담한다는 것도 우리의 데이트 형태들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지만(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비율도 많다), 일반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더 넉넉한 사람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 남성이 아무래도 여성보다는 경제적으로 더 넉넉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넉넉하고 돈도 더 많이 버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일 것이다. 만약 그런 여성이 있고 그 태도에 불만이 있다면 그런 여성은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 아닌가? 한국 여성 중에서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 여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사실 나는 여성과 거의 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아내와 처음 데이트를 했고 결혼을 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나의 경험이 우리의 데이트 형태를 다 드러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아서 한국 남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여성에게 잘 해 주다가 결혼한 뒤에는 별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에 대해 여성은 큰 불만을 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 남성의 연애관에도 문제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성을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무리하면서까지 잘 대해주는 것은 오히려 여성에 비굴할 태도이다. 여성은 이러한 태도를 오히려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당당하고 평등한 태도가 더 좋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김치녀의 문제도 결혼하기 전까지 여성의 태도에 대한 남성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한다. 결혼 후에는 여성이 남성에 대해 갖는 불만이 더 많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여성이 우위에 서고, 결혼 후에는 남성이 우위에 서는 이러한 괴상한 역학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사회활동에 남녀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결혼의 전후 관계는 대등한 인격체의 관계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김치녀 논쟁을 하는 남성은 실제로 연애를 잘 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성과의 연애에 지레 겁을 먹고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말도 안되는 언어폭력으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할까? 남성들이여, 쪼잔해지지 말고 여성에 대해 당당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