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와 결혼에 대한 단상

동거와 결혼은 다른 것일까? 분명 다르다. 

나는 아내와 결혼하여 동거 생활을 해 왔다. 아내와 나에게 결혼과 동거는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내 딸과 아들과 동거한다. 그렇지만 나는 내 아이들과 결혼한 것은 아니다. 분명 동거와 결혼의 개념은 다르다. 

그렇다면 두 성인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면 어떨까? 나의 관념상에는 같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두 남녀가 성관계를 맺느냐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거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두 남녀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갖는다면 결혼과 뭐가 차이가 있는가? 나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습과 법률은 동거와 결혼에 차이를 두려고 하지만, 그 차이란 지엽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관계와 결혼은 같은 것으로 본다. 몸이 하나 될 결심을 했다면 그로 파생되는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것이지 않은가?  결혼의 핵심은 무엇일까? "성"이다. 성은 사회존속에 필수적인 행위이다. 개인은 쾌락으로 하든, 의무감으로 하든 성은 결국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아니 사회만 아니라, 인류 존속을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나의 주장은 사실 관습이나 법률과 동떨어진 것이다. 성관계는 중요하지 않고, 관습상 다른 사람의 인식이나, 법률상 관청에 신고하였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행위의 근본은 나에게 있지 남에게 있지 않다. 남녀가 성관계를 맺었다면 그것은 남녀가 한몸이 되는 것이다. 즉 나는 내 몸에 책임을 지듯이 나와 성관계를 맺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진다.  

남자와 여자가 각기 부모를 떠나 한몸이 되는 것, 이것이 결혼이다. 이 한몸을 어느 누구도 다시 갈라내지 못한다.

결혼과 성관계를 같은 개념으로 파악하면, 혼전성관계는 이상한 말이 된다. 결혼하기 전에 성관계를 갖는 것이 혼전성관계인데 이 말은 결혼의 순결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성관계의 순결성을 훼손하는 말이다. 성관계는 은밀한 것이므로 사회적 공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개인의 결단이 더 중요하다. 

성관계를 갖는 것 자체가 결혼이므로 나는 개인적 결단에 따라 성관계를 맺었다면 결혼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의무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창녀와의 성관계"는 어떤가? 이 경우에도 창녀에 대해서 아내를 대하는 것과 같은 의무가 따르는가 하고 반문할 수 있다. 당연히 창녀에 대해서도 아내를 대하는 것과 같은 의무가 따른다. 창녀가 자녀를 낳는다면 그 자녀에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만약 창녀가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창녀에게 아내의 도리를 다 해야 한다. 창녀가 다른 남자와 한몸이 된다면, 그 때에서야 나는 창녀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날 것이다. 

만약 내가 결혼한 아내가 있는 몸으로 창녀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나는 결혼의 순결성을 깨뜨렸다. 만약 창녀와의 잠자리가 결혼에 준하는 효력이 없다면 내가 결혼의 순결을 깨뜨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지만, 성관계가 결혼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아내 외의 여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결혼을 깨뜨리는 행위가 된다.

이에 대해 원 나잇 스탠드는 뭔가 하고 질문할 수도 있다. 두 남녀가 하룻밤을 지세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대부분의 경우 건강한 남녀가 성관계 없이 그냥 하룻밤을 지세운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둘이 성관계를 했느냐가 중요하며, 둘이 성관계를 했다면 둘은 이미 결혼한 것이라고 말하겠다. 이에 반문하길, 두 사람은 결혼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아니, 두 사람의 성관계 속에는 상대에 대한 의무를 지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깃들어 있다. 둘은 본능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결혼한 것이다. 아니, 분명히 순전히 쾌락을 위한 것일 뿐인 행위에서 어찌 윤리가 끼어드는가 하고 의문이 남을 수 있지만, 윤리는 어떤 고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본능적인 행위에 깃들어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혼외 출생자와 결혼 중 출생자를 구별하였지만, 그것은 부당하다. 혼외 출생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만민은 평등하며 사생아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사실을.

이렇게 성관계와 결혼을 동등하게 보는 관념은 단지 공리공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흔히 말하는 "결혼전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른바 "결혼전 성관계"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단지 문제되는 것은 성관계 후 상대방에 대해 절대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일 뿐이라고. 사랑은 장려되어야 한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은 사회존속을 위해 필요하고, 각자가 그 행위에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면 그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성관계는 결혼이고, 결혼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성관계뿐이다. 따라서 아내가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했어도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아내와 이혼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다.  

반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