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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공부 시작하기(자폐아 언어교육)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0 자폐아들과함께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끝까지 노력하다보면 점점 나아지겠지, 혹시 정상아처럼 생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자폐아에게는 뭐든지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아들의 경우에는 무작정 종이에 낙서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낙서는 아무런 뜻도 없이 마구 긁적이는 것이다. 색칠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아마도 그냥 놔 두면 하루 종일이라도 멈추지 않고 긁적이기를 계속할 것처럼 보였다. 다른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이 행동한다. 이러한 상태이다 보니 글자를 읽게 하려고 하더라도 전혀 처다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기역 니은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글 자모를 쓰는 것도 쉬운 것은 전혀 아니었다. 아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한글을 쓰는 것도 끊임없는 반복이 필요했다. 어느 순간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기역을 가르치면 그 글자만 반복해서 쓸 뿐이고, 니은을 가르쳐도 기역을 고집하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한글을 시작한 시기는 당초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다 되어서였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아들의 교육을 포기하고 방관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아들은 학습이 길어지면서 글씨 쓰는 것에 차츰 싫증을 내고 오직 긁적거리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였다. 물론 아이도 스스로 답답했을 것이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키니 삶이 괴로울 수도 있었으리라. 가르치는 나도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쉬운 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떠한 학습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엄습해왔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때는 암담한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들에게 매를 들어서라도 글씨 쓰기는 강요했다. 반복에 반복을 하다보니 드니어 기역 니을을 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다음에는 가나다라를 쓰게 하면서 읽는 것도 병행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가나다라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그 다음에는 아주 쉬운 한글책을 읽히기 시작했다. 그것도 반복에 반복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방법도 없는 것이다.

아들은 이제 어느 정도 쉬운 한글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디를 읽어야 할지 손으로 짚어주어야 한다. 언젠가는 스스로 책을 읽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한글 공부를 시키면서 깨닫게 된 것은 자폐아도 학습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다소 학습이 늦더라도 끈질기게 노력한다면 결국 배우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