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락사: 생명의 중단, 인간의 선택?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1. 16. 11:33 요즘뭘하고

교황이 안락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냈네요. 새로울 것도 없지만요. 카톨릭은 안락사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카톨릭의 교리를 재천명한 것에 불과하지요.

교황 "안락사는 '그릇된 연민'…신에 죄짓는 것" |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현지시간) 이탈리아 가톨릭교도 의사 모임에 참석해 "안락사는 하느님과 창조물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신문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예전에 우리도 "보라매 병원 사건" 때문에 안락사에 관한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크게 논쟁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저한테 이 안락사 논쟁이 감회가 새로운 것은 사실 제가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대학원 졸업논문을 바로 안락사에 관한 것으로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심사숙고해서 주제를 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논문 주제를 정해서 교수에게 통지해야 할 날이 거의 하루 남았을 때였습니다. 논문을 작성할 주제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중 우연찮게 안락사에 관한 논쟁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주제를 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안락사를 주제로 정해서 교수에게 통부했습니다.

물론 저는 논문에 크게 신경쓰거나 준비를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제와 관련된 예비발표에서 교수는 제가 주제를 잘 선택했는지 고민하라고 하면서 만약 새로운 주제를 선택하려고 한다면 이번 학기에는 그만 두고 졸업논문 제출을 다음 학기로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주제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는지 그 학기 내에 끝마치고 싶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사례를 분석하고 관련 논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언론에서 안락사를 다루는 태도를 분석하는 것으로 방법을 정했습니다. 언론사별로 수십개의 기사를 선정해서 시기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특이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적인 언론에서는 안락사를 부정적으로 다루거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보수적인 언론에서는 안락사를 오히려 찬성하는 움직임이 강했습니다. 이것은 외국의 진보 보수 언론의 접근 태도와 상반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분석했는데, 제 분석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보수언론이 안락사를 경제적인 효율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우리 언론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효율성을 주장해왔고, 노인의 안락사 면에서도 가족의 부양 의무라든지 경제적인 부담과 관련해서 주로 논평을 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외국과 상반된 우리나라의 언론 태도를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정치와 경제적인 면에서는 매우 진보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만, 윤리와 도덕의 측면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이율배반성이 모순된다고도 보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어떠한 현안에 따라 진보도 되었다가  보수도 되었다가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안락사의 문제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생명에 대한 선택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에는 안락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느낌입니다. 물론 생명에 대해 선택권을 갖는다는 개념 자체가 신에 대한 반항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생명은 인간이 스스로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거두는 것도 신의 선택이지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는 말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구차한 의학의 도움을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죽는 것은 충분히 신께서도 허용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안락사를 접근할 때 경제적인 면으로만 생각해서 노인이 가족의 생계를 고려해서 의학적인 치료를 거부한다거나 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므로 어쩐지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생명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서 내린 결단이라면 다른 사람도 받아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래 그림을 보면, 세계 여러 국가의 2009년 현재 안락사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워싱턴 주를 제외하고는 소극적인 안락사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군요.

   안락사 합법
   소극적 안락사 합법
   안락사 불법
   자료가 확실하지 않음

그런데 특이한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의 인종 집단 중에서는 유대교를 신봉하는 유태인들이 안락사를 크게 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백인들과 중국인들도 안락사를 많이 찬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