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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관련 최근 입법동향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21. 12:23 어떻게살까

아래 자료는 제가 쌀 관세화와 관련해서 최근의 국회에서 제안된 입법동향을 보고한 보고한 것입니다. 미리 경고하지만 별로 재미 없는 자료니까 관심 있는 분만 보세요.


1. 입법배경


정부는 2014년 7월 18일 국민의 주식이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15년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 쌀 관세화는 쌀의 국내의 가격차 만큼 관세를 설정하고 그 관세를 통해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따라 수입되는 쌀에 관세를 부과해 해당 관세를 납부할 경우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되어 수입물량제한 등 다른 국내시장 보호수단은 모두 제거되었다.
당초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모든 농산물의 관세화 원칙에 따라 참여 국가의 모든 농산물은 관세화 되었으나, 현재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쌀만 예외적으로 관세화가 유예되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늘려 수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 2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하였으나 2014년말에 유예기간이 종료하게 되었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자는 국내의 의견을 감안하여 관세화를 하지 않으면서 현행 의무수입물량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 관세화 의무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이미 발생했고, 우리나라는 특별대우를 받아 지난 20년 동안 의무수입물량을 수입하는 조건으로 관세화를 유입하였는데, 2015년 이후에도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협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반대 회원국에게 대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필리핀의 사례를 보면,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 일시적 의무면제를 시도하였고, 다른 회원국의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증량한 바 있다. 우리나라 협상단에서는 주요국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여 의견을 타진했으나, 우리나라가 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경우 상당한 대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의무수입물량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쌀 관세화를 시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에는 의무수입물량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수입할 수 있었으나, 관세화가 될 경우에는 의무수입물량인 40만9천톤은 현재와 동일하게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5%의 관세율로 수입할 수 있으며, 그 외의 쌀은 관세를 납부하면 허가 없이도 수입이 가능하고, 관세화가 되더라도 검역조건 및 안전성 기준 등은 관련 국내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정부는 관세화 이후 수입쌀이 국산 쌀로 둔갑해서 판매되는 것을 방지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산 쌀과 수입쌀의 혼합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며, 농산물품질관리원, 경찰청 등 관련 기관간 정보공유 등을 통해서 수입쌀 부정유통을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
하지만 식생활이 다양화되면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쌀 산업이 위축되었고, 농가 소득도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전업농 육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헥타아르 미만 농가가 전체 농가의 55%를 차지하며, 65세 이상 농가가 56%를 차지하는 등 농가가 농업생산비를 절감하고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농민으로서는 쌀 관세화에 따라 국내 쌀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야당과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쌀 관세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쌀 농업은 국민 주식이자 식량안보와도 밀접한 국내 기반농업임을 감안할 때, 쌀시장 전면개방은 국민생활과 농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국민적 합의 형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야당의 김승남 의원은 2014년 8년 21일 「쌀 관세율 결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하였다.
여기서는 위 의원입법의 주요내용과 입법전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 주요내용


이 의원입법안의 주요내용은 정부가 향후 쌀 관세 관련 통상협정이나 조약을 체결 하는 경우, 국회와 정부, 농민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쌀 관세 합의기구」에 협상계획을 보고하고 위 기구의 합의를 통해 미곡의 관세율을 정하도록 하며, 미리 국회에 미곡 관세관련 통상협상 계획과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미곡 관세율 변경관련 통상조약을 체결할 경우,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여 국내 쌀 농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가. 목적 및 용어 정의 등


이 입법안은 쌀 관세를 대상으로 하는 통상협상 시 쌀 관세율 결정에 관한 절차 및 방법 등을 정함으로써 국내 쌀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자급률의 제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는 “쌀”을 「양곡관리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미곡(米穀)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양곡관리법」에서는 양곡을 정의하면서 그 일종으로 미곡을 열거하고 있을 뿐, 미곡 자체에 대해서는 따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이 법에 따른 “통상협상”이란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제2조제2호에 따른 협상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안 제3조에서는 쌀 관세의 결정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이 법이 다른 법률에 대해 우선적 효력을 갖는 법임을 명시하였다. 이것은 이 법이 다른 일반법에 대해서 특별법의 지위를 갖고 있음을 명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 쌀 관세화 국민합의 기구


안 제4조제1항에서는 정부는 쌀 관세를 대상으로 하는 통상협상에 앞서 국제기구 회원국을 원산지로 하는 쌀에 대한 국제협력관세와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을 원산지로 하는 쌀에 대한 협정관세를 논의하기 위하여 쌀 관세화 합의기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쌀 관세를 대상으로 하는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통상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통상협상과 관련한 의제 등이 포함된 통상협상계획안을 쌀 관세 합의기구에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쌀 관세 합의기구는 국회가 추천하는 5명, 정부가 지명하는 5명 및 쌀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으로서 농민단체가 추천하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한편, 의원입법안에 따르면 위원회의 업무나 기능은 ① 국제기구 회원국에서 생산된 쌀에 대한 국제협력관세, ② 자유무역협정국에서 생산된 쌀에 대한 관세를 “논의”하는 것 뿐으로 보이는바, 여기서 “논의”가 관세 등에 대한 결정을 배제하고 순수한 의견 교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것만을 위해 국가기관으로 보이는 합의체를 별도로 둘 실익이 있는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합의기구는 국회 추천 5인, 정부 추천 5인, 농민이 추천하는 농민 5인으로 구성하는 합의체라는 점 이외에는 그 법적인 성격이나 지위가 무엇인지(행정부에 속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인지 입법과 행정을 아우르는 별도의 국가 기관을 설정한 것인지 등) 전혀 드러나지 않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업무를 통해 그 법적 성격을 추단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이므로, 이와 관련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다. 쌀 관세를 대상으로 하는 통상협상


안 제5조에서는 정부는 쌀 관세를 대상으로 하는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① 쌀 관세화와 관세율 조정의 필요성, ② 쌀 관세화 및 관세율 조정이 국내산 쌀 농업 및 농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③ 쌀 관세화 및 관세율 조정이 농촌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이를 통상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국회에 보고하여야 하고,  통상협상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통상협상의 과정 및 내용을 즉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이는 「헌법」 제61조가 규정하는 국정 감사 및 조사를 비롯한 포괄적인 행정권의 견제와 감시 차원에서 정부에게 국회에 대한 보고 의무를 지운 것으로 보인다.

라. 쌀 관세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통상조약의 체결
안 제6조에서는 정부는 쌀 관세의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통상조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를 받아 통상조약을 체결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이를 보고하도록 하였다.
다만,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조약의 체결과 비준에 대한 권한은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가 갖고(제73조),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는 것(제60조제1항)으로 명시되어 있는바, 조약 비준에 관한 국회 동의의 구체적 내용 및 시기에 관하여는 조약체결 전체과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체결 이후 비준 단계에 대한 것, 전권대표의 임명이나 교섭 개시를 포함하는 조약 체결 그 자체가 아니라 확정된 조약안에 대한 조약체결권자의 기속적 의사표시 단계에서의 동의라고 보는 것이 헌법 및 국제법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론이다. 국회의 동의는 조약체결 전반이 아니라 체결 과정 이후 확정된 조약안에 대한 체결권자의 기속적 의사표시(비준)에 대한 것으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의원입법안과 같이 “조약 체결 전”에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이 설정한 국가권력의 분배 취지와 조화롭게 해석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점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3. 입법전망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11년 22.6%에 불과하다. 쌀을 빼면 5% 이하이고, 쌀 자급률도 83%로 떨어졌다. 또한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면적도 줄고 있다. 1970년 27만6천 헥타아르였던 식량작물 재배 면적은 2010년 109만3천 헥타아르로 떨어졌다. 이런 면에서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쌀 관세화에 따른 관세율 결정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1999년 쌀 관세화를 시행한 바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당초 예정(2001년 3월)보다 일찍 관세로 전환됨에 따라 최종 의무수입물량은 7만5,800톤 감소했고, 의무수입물량 외의 수입물량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의 기간 동안 평균 350톤에 불과했다. 그 밖에도 대만의 경우에도 의무수입물량 외의 수입물량은 연간 500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쌀 관세화에 따라 추가로 수입되는 쌀의 양은 우리의 농업에 대해 크게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만의 쌀 수입량이 적은 것은 관세율이 높게 책정했기 때문인데, 우리의 경우에도 쌀 관세율을 513%이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관세율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에 의한 검증절차를 거쳐 확정될 것이다. 또한 수입물량 급증시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긴급관세(SSG)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20년간 쌀 산업에 대한 투자 성과를 통대로 관세화 이후 농가 소득안정장치를 강화하고 쌀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쌀 산업 발전대책”을 수립하였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가 참여한 “쌀산업 발전협의회”가 구성되었는바, 이 조직과 이 법에 따른 “쌀 관세화 합의기구”를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법률안에서 쌀 관세의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통상조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부분은 조약의 “비준”을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헌법의 규정 취지에 부합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쌀 관세화 합의기구의 법적 성격과 그 조직에 관해서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입법안에 대해서는 우선 농업관련 단체가 적극 환영하고 있고, 정부조직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서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으나 이미 이 법과 동일한 취지의 “쌀 산업 발전 대책”의 수립 방안 등이 제시된 것으로 보아 정부는 이 의원입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의원입법안이 야당의 입장에서 제시되었고, 더구나 헌법의 규정과 관련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 여당에서는 이 의원입법안에 준하는 새로운 개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본다. 아무튼 쌀 관세화는 다분히 정치적인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의제인 만큼 여야는 쌀 관세화에 대응하는 입법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 의원입법안은 추후 논의하게 될 쌀 관세화 후속 대책을 촉발시킨 시발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갖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