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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과 파파라치, 현대판 오호작통제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19. 11:03 어떻게살까/법과 생활


오호작통제를 아시나요? 조선시대에 호구를 파악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다섯 가구를 한 통으로 묶어서 관리했지요. 다섯 가구가 서로 감시하게 하려는 의도였지요. 물론 조선시대에는 세금을 다섯 중 하나가 떼어먹고 도망가면 나머지가 연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 손해보지 않으려고 감시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다른 사람의 비리를 파헤쳐서 이익을 보게 하는 제도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파파라치"입니다. 원래는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을 사진찍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에는 벌금을 물어야 하는 시민의 행위를 사진으로 찍어서 행정기관에 일러받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듣자 하니 수익이 매우 짭잘하다고 합니다. 


파파라치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 쓰파라치 -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 노파라치 - 노래방 불법영업 신고
  • 성파라치 - 성매매 신고
  • 카파라치 - 교통위반 차량 신고
  • 식파라치 - 불량식품 신고
  • 덕파라치 - 불법 업로드 및 다운로드 등을 통해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을 신고


이러한 제도를 만드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는 행정기관의 단속 일손이 딸리기 때문이고, 둘째는 단속 공무원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없어 열심히 단속하지 않는 데 반하여 파파라치는 돈을 벌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른 사람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파파라치 제도가 행정기관을 줄이고 단속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 매우 경제적인 행정수단이라면서 최근 많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범죄를 저지른 시민에 대해서는 벌금을 확실하게 부과해야 조심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므로, 파파라치는 범죄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요즘 "내부고발자"를 보호함으로써 조직의 부패를 방지하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의 문제는 권력적이고 조직적인 부패를 어떤 개인의 내부자가 지적하고 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고발자의 용기를 표창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파라치는 알지 못하는 제3자의 행동을 감시하고 사진을 찍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사람이므로, 내부고발자와는 다릅니다.  


또 파파바치의 행태를 보면 어쩔 수 없이 법규를 어기게 되는 경우에도 인정사정 없이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고, 예전에 편도 1차선 도로를 억지로 아주 느리게 진행을 하면서 뒤따라오는 차량이 불법유턴을 하도록 유도한 다음 무더기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비양심적인 파파라치도 많다는 것이지요.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감시하는 사회는 아무래도 꺼림칙합니다. 주위의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면 우리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법을 만들었는데, 결국 사람이 서로 믿을 수 없게 되면서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면 아무리 형식적으로는 법이 제대로 준수되는 것처럼 보여도 개개인의 행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법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준법은 무의미합니다. 법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만들었는데,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법의 형식적인 준수만이 강조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