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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어떻게살까/법과 생활

법과 도덕의 순위

법과 도덕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명제가 존재해 왔다. 이를테면 법이 먼저냐, 아니면 도덕이 먼저냐 하는 것이다. 물론 법은 국가라는 공적인 기구가 강제력을 획득하면서 등장했다. 인류가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도덕적인 관념이 있었다고 전제한다면, 당연히 도덕이 법보다 먼저 발생했다.

물론 "법"은 국가가 성립되면서 형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근대적인 성격의 법은 그 발생 시기가 한참 늦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뜻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명제가 있다. 이 명제는 법의 근원을 도덕에서 찾는다. 즉 도덕이 먼저 있었고, 그 중 필수적인 것이 법으로 변형되었다. 도덕 중에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이 법으로 강제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법을 윤리적인 당위성의 측면에서 찾고 있다. 

반면 사회유지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법으로 강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법 현상에는 정의라든가 정당성의 차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력자가 사회의 자발적인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어떠한 행위를 하라는 식으로 법을 제정해서 무력을 통해 강제한다. 법의 현실적 기능이 사회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현실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르면 사회의 도덕적 판단이 없더라도 법이 먼저 제정되고, 도덕이 뒤따라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유지를 현실적인 상태로서 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는 그것을 지탱하게 해주는 규범적 인식에 따라 유지된다. 각자가 사회를 구성하려고 하는 인식을 갖고 있고 사회를 구성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얻으면서 사회구성에 참여하려는 의욕을 갖게 될 때 사회는 유지될 것이다. 각자가 사회로부터 손해만 받는다면 누구든지 사회에서 탈퇴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 사회유지를 위해서도 일정한 한도에서는 규범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도덕이다. 사회유지는 먼저 윤리적인 공동체를 전제로 한다. 

법과 도덕이 추구하는 이상의 차이

법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도덕은 개인의 정신적 순결성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법은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것이며 언제나 법으로 보호하려는 정책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규범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살인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법이 있을 때, 그 목적은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반면 도덕률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은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어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삶의 순결성을 이룩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호라는 법의 목적을 벗어나서 개인의 사적인 행위까지 규율하는 것은 법만능주의에 다름 아니다.  

도덕적 이상을 법으로 실현하는 것의 한계

그런데 법을 통해서 사회의 윤리적인 기준을 높일 수 있을까? 도덕법칙이 최소한으로 응축된 것이 법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법을 통해서 도덕적인 기준을 확고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설정된 법률이 개인 내면에 도덕의식을 싹트게 할 수 있을까? 도덕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의 관념을 형상화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법률을 제정하는 철인왕은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 국민의 정신상태를 고양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가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기간 지속된 법률은 국민에게 그 법을 지켜야 한다는 도덕법칙을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도덕관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인위적인 법률이 제거되면 인위적인 도덕관념도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간통제와 성매매에 대한 입장

최근의 경향은 "도덕규범의 비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대한 통제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권의 보장이 심도 깊게 논의되다가 유럽에까지 확장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사생활 보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간통죄를 형법에서 삭제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방치하고 있다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눈치를 본다. 논리적으로는 간통에 관한 성윤리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으로 남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국회의원이 사회의 도덕적 변화에 맞추어 간통죄를 폐지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법이라는 것이 언제나 사회변화에 뒤처져서 움직인다는 "문화지체"의 현상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기술과 같은 물질적인 가치는 항상 빨리 발전하는 반면, 법과 도덕과 같은 규범은 늦게 따라간다.

반면,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결정했다. 성매매와 간통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강도가 차이가 있는 것이고, 간통에 비해서 성매매의 경우에는 사회 보호의 측면에서 강제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즉 간통의 경우에는 부부 사이의 관계에 국한되지만, 성매매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이 있다고 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