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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3벌식 자판, 그렇지만 고집하는 이유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10. 4. 10:32 IT인터넷

저는 원래 2벌식 자판을 사용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3벌식 자판으로 옮기고 나서는 계속해서 3벌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2벌식이니, 3벌식이니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2벌식과 3벌식이란?



2벌식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자판을 말합니다. 2벌식 자판은 글쇠가 자음과 모음으로 나뉩니다. 반면, 3벌식은 한글의 원리에 따라 글쇠가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뉩니다.



2벌식 자판은 음절이 3음소로 이루어지는 경우, 즉 자음+모음+자음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같은 자음을 두 번 눌러야 하지만 3벌식의 경우에는 초성 글자와 종성 글자가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불편한 3벌식


아무래도 우리가 흔히 보는 자판이 2벌식이다 보니 3벌식을 배우는 사람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파는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소수파의 비애를 느낄 차례입니다. 제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3벌식으로 설정해 놓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지만, 가끔 다른 사람의 컴퓨터나 공공기관을 방문해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글자의 위치는 다 알고 있지만 가끔 특수한 문자를 입력할 때에는 그 글자가 자판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찾기 위해 헤매는 경우도 있습니다. 2벌식이었다면 글자판을 보고 바로 찾을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3벌식 글자로 인쇄된 자판을 구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자판의 가격은 보통 자판보다 훨씬 비쌌지요. 아무래도 3벌식 자판은 수요가 적다 보니 소량 생산되고 판매 단가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3벌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렇지만 지금까지 2벌식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3벌식 자판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글의 원리에 충실하다는 3벌식 자판의 논리가 마음에 듭니다.

2. 3벌식 자판은 오타가 적습니다.

3. 3벌식으로 타자를 치면 2벌식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칠 수 있습니다.

4. 3벌식은 장기간 타자를 치더라도 손이 덜 피곤합니다.

5. 3벌식으로 타자를 칠 때의 리듬감이 몸에 익은 경우에는 타자를 더 경쾌하게 칠 수 있습니다.

 

우선 위와 같은 이유들을 바로 거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자녀에게 자판을 가르칠 때에는 3벌식으로 하지 않고, 2벌식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왜냐하면 2벌식이 배우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2벌식이니 3벌식이니 하는 것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집에 있는 컴퓨터의 자판이 3벌식 자판이 아니라서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는 괜히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3벌식을 치려면 확실하게 자판을 외워야 하는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3벌식은 소수파로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한글을 칠 때 3벌식 자판도 구현되지만, 3벌식을 고수하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게 된다면 먼 미래에는 3벌식 자판을 쓸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마저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이 3벌식을 치는 사람도 많은 경우에는 자녀가 2벌식을 치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점차 3벌식을 고수하는 소수파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