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아파트 비리 고발과 고양이에게 맡기는 생선
최근 연일 화재에 오르고 있는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김부선씨의 아파트 비리 폭로 사건이 아닐까요? 이 사건이 크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아무래도 아파트가 우리의 보편적인 주거형태가 되어 버렸고, 관리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되고 있겠거니 하며 안심하고 살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부추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부 주민에게는 난방비를 전혀 걷지 않다가 나머지 주민에게 더 많은 난방비를 물린 사건은 참으로 황당합니다. 마치 어물간 주인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꼴입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안심은 됩니다. 하지만 다시금 점검해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만들고 직원을 뽑는 것은 아파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입주민이 직접 처리하지 않고 타인에게 맡겨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계를 "대리"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데, 국민이 직접 나라를 통치하지 않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을 뽑습니다. 분명히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단지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회사에서도 사장이 있고 각 분야별로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직원이 대리인입니다.
공무원도 나라의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대리인입니다.
비근한 예로도 우리가 아이에게 돈을 주면서 물건을 사오게 했을 때에도 아이는 우리의 대리인 역할을 합니다.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겨서 처리하는 경우에는 엄밀하게 법률적으로 대리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대신 처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 서비스 산업의 대부분은 고객을 위해서 대리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리인이 우리가 맡긴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에게 손해를 입힐 때 우리는 분노하게 됩니다. 이래서 우리는 대리인을 믿지 못하게 되고 대리인을 감시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미국의 일본계 학자인 후쿠야마는 "트러스트(trust: 신뢰)"라는 책에서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더 높은 경제발전단계를 이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기업체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도가 필수적이라고 했습니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생선을 보면 탐내는 고양기의 본성을 타고 났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구축된 사회에서는 자신이 타인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했을 때 얼마나 가혹한 처우를 받게 되는지를 알기에 함부로 사회적 약속을 어기는 일을 자제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신뢰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사회적 신뢰를 실천하도록 인도를 받습니다. 이러한 교육이 사회적 자산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은 사회적 신뢰을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너무나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학과목의 암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정작 더 중요한 윤리와 도덕의 교육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가정교육이 중요한데, 우리는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으려고 과보호를 하며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도 들키지만 않으면 훈계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칭찬하곤 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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