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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먹고사니즘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알고배우며

소설가 김훈씨가 작가로서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관념상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는 대답은 그리 고상한 대답이 아니고, 김훈이 솔직하지도 않게도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그런 고상하지 않은 대답을 했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은 사회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나 일응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다. 일단 무슨 고상한 일이라도 먹고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김훈이 소설로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당장 재벌이 되지 않은 이상은 계속 경제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먹고 사는 것과 상관 없이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없을 성 싶다. 재벌이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훈에게 작가는 직업이고, 김훈은 글을 잘 쓰고 대중의 욕구를 어느 정도는 잘 파악하고 있는 상업성 있는 작가이다. 그는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남는다. 김훈에게 글을 쓰는 이유를 묻는 사람이 작가인 김훈의 글쓰기가 먹고 살기 위한 것임을 몰라서 질문한 것은 아니고, 뭔가 철학적인 이유를 알고자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동문서답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질문자도 작가가 글로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질문자는 김훈에게서 뭔가 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김훈은 그것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물론 답변을 했지만 그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답이었기에 결국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김훈의 대답은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김훈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한 것도 그의 철학적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일종 "허무주의자"가 아닐까 한다. 허무주의란 인생의 목적은 그 자체가 "살아가는 것"이라는 신념이 아니겠는가?  김훈의 허무주의는 그의 책에 나타난다.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주장하는 어떠한 목적도 다 인위적이고 허무한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그의 인생을 대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삶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삶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니까 허무주의를 왜 비판하리. 비판할 것은 없다. 그가 허무주의적이라는 것을 알겠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