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책의 관계

우리는 흔히 법은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즉 정책이 알맹이라면 법은 껍질이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 알맹이가 중요하지 껍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법은 민주주의의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이 깨지면 그 내용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물을 담은 그릇이 깨지면 물이 쏟아진다. 이 경우에는 물을 담은 그릇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물을 보호하는 것이 된다. 우리는 흔히 형식은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경우 형식은 내용을 필연적으로 규정하게 되는 것을 본다.

법치주의가 경직적으로 운영되어 국민에게 시급하게 필요하고 국민에게 침해적인 작용을 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법의 형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어느 한도에서는 법의 형식이 아니라 간단한 보고서의 형식으로도 정책을 결정되고 집행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경우에는 국회의 토론과정을 통해서 찬반 양론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 후 법률의 형태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