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여자(A good woman) - 다니엘 스틸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9. 5. 15:48 딴나라말/영어책 읽고 생각하기

내가 다니엘 스틸 책에서 이 책을 처음으로 읽은 것은 70여권의 책 중에서 알파벳 순서상 맨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당초 나는 다니엘 스틸의 책을 통해서 영어에 조금 더 익숙해짐과 아울러 엄청난 판매부수를 올린 이 작가의 재능을 다소나마 모방하려는 심리도 다분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소 실망한 감이 있다. 책의 줄거리는 그런 대로 괜찮게 되어 있는데, 서술 방식이 너무나도 평면적이며, 인물에 대한 묘사가 1차원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글이 묘사적이기보다는 서술적이다. 마치 그림 동화집에 나오는 개별적인 이야기의 구성을 그대로 모방한 듯하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렇게 단순한 스토리 구성 때문에 다니엘 스틸의 독자가 많은 것은 아닐까? 사실 다니엘 스틸의 글은 글쟁이들은 누구나 '나라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이다. 별로 쓰기에 어렵지 않은 글이며 평범하디 평범한 글이다. 그렇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가장 평범한 글이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내가 소설을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평범한 글이 진짜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가장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사람의 보편성을 궤뚫어야 하는 것고 그 통찰력이 지극한 평범함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분명이 다니엘 스틸은 전세계적으로 10억권 이상의 책을 판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지 않나? 그는 누구라도 예술가라기보다는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엔터테이너라고 말할 것이다. 독자는 그에게 복잡하고 심오한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길 원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 수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에 그의 책을 사는 것이다. 


다니엘 스틸의 책을 통해서 요즘 대중문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성과를 얻었다. 


다니엘 스틸의 책이 다소 진부한 구성을 계속해서 반복한다고 해서 이쯤 포기할 내가 아니다. 어쨌든 그 책들을 다 읽을 때까지 반복하고 싶다. 


아무튼 다니엘 스틸의 책은 쉽기 때문에, 너무 진부하기 때문에, 첫페이지부터 그 결론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책이라고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예술까지는 기대하지 말고 그냥 즐기는 편이 더 좋으리라. 


<스포일러: 간략한 줄거리>

책을 즐겁게 읽으려는 사람은 아래를 보지 마세요.

 

여자 주인공은 부유하게 살던 중 아버지와 오빠를 타이타닉 호의 침몰사고로 잃게 된다. 실의에 젖어 있던 중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중년의 남성과 결혼하지만, 곧 어머니를 여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다. 남편와 헤어진 후 사회로부터 냉대를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1차 세계대전에 벌어진 당시 상황에서 프랑스 야전병원에 지원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시련을 맞는다. 모진 시련 끝에 의사가 된다. 또 어떤 성격 좋은 남자 의사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고백하여 남자에게 채인다. 과연 주인공은 세상의 모진 풍파를 이겨낼 수 있을까?    


'딴나라말 > 영어책 읽고 생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가 다니엘 스틸  (0) 2014.08.29
영어책 읽기를 다시 시작하며  (0) 2014.08.29
읽기와 듣기  (0)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