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책 읽기를 다시 시작하며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딴나라말/영어책 읽고 생각하기

과거에는 영어책을 읽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 

지금은 영어책을 읽는 목표를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영어책을 통해서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 

물론 영어로 글을 쓸 생각은 별로 없다. 모국어로 글을 써야 독자나 글쓴이나 더 쉬울 것이다. 

한글로 글을 쓸 거면서 왜 영어책을 읽는가? 이러한 생각에서 한 동안 영어책 읽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사고를 갖게 되었다. 특히 소설책과 같은 것은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도 아닌데, 우리 말로 된 글을 쓰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의 글이 변화된 것은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서였다. 


우리 최초의 국한문 체인 "서유견문"은 분명히 일본의 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후 근대문학은 단적으로 일본문학에 영향을 받은 "먹물"의 작품들이다. 물론 일본문학은 서구의 문학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우리는 일본을 거쳐 서구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았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영향력이 커졌다. 우리의 글은 이제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문체적인 면에서 특히 그렇다. 

나는 독일어는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최근 독일어 책을 읽다보면 옛날보다 점점 더 미국식 영어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느낀다. 세계적인 문체 수렴 형상이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문체적인 면에서만 그런 것은 아닌 듯 쉽다. 점차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흐름이 미국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과거 문학이 영화에 영향을미쳤는데, 지금은 영화가 문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몇몇 소설가의 작법은 마치 영화의 장면 구분에 따라 나뉘어 기술되고, 매우 시각적인 기법을 활용한다. 우리의 영화와 드라마는 헐리우드의 영향권 내에 있다. 장차 우리 문학의 흐름도 그와 같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면에서 미국의 영어책을 읽으면 앞으로 전개될 우리 문장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까? 아무튼 영어권 작가들은 뭔가 우리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관점을 배우는 것 자체가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어려운 책을 읽기를 시도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든가, 세익스피어의 대본이다. 나는 과거 이른바 빅토리안 저자의 작품을 좋아했다. 그것은 그들의 책이 인터넷을 통해서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디킨즈의 저작은 어쩌면 고루한 내 정서에 부합한 측면이 있었고, 지루한 만연체의 글은 마치 영어 실력을 크게 향상시켜줄 것으로만 생각되었다. 예전에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으면서 그 문장의 기발함에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기발한 문장을 많이 읽으면 저절로 영어 실력이 늘 것 같은 생각을 했지만, 웬 걸 그런 어려운 문장이 이해된다고 해서 내 영어적 언어능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외국인을 만나면 빌빌거린다.


내 나이 40을 조금 넘었다. 마음을 가볍게 먹자. 20대나 30대에는 어려운 것을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40대에는 정리할 단계가 된 것이다. 오히려 과거에 읽은 것들이 아주 가물가물하다. 


이제 아주 쉬운 책부터 시작하고 싶다. 영어책을 읽으면서 쉬운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 스틸"의 책을 읽기로 했다. 그녀의 책 약 70권을 구했다.  

만약 다니엘 스틸의 책을 다 읽으면, 그보다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 톰 크랜시와 시티븐 킹의 책을 읽고 싶다. 

나는 다니엘 스틸류의 연애소설을 그리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의 책은 매우 전형적인 패턴의 반복이라고 한다. 그것이 연애소설 장르작가인 그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읽고자 하는 톰 크랜시와 스티븐 킹도 아주 책을 많이 쓴 사람들이다. 이러 사람들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고 그 깊이가 얕으며 뻔한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똑똑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작품에 비난을 퍼붓지만 나는 그러한 점이 쏙 마음에 든다. 나는 될 수 있으면 글을 쓰되 여러 사람이 읽는 글을 쓰고 싶고, 그 내용에 깊이가 없더라도 아주 많이 쓰고 싶다. 고령화 사회가 시작되었다고 한들, 지금까지 아무런 글을 쓰지 않은 내가 아주 심도 있는 책을 쓰려고 한다면 도대체 1권이라도 쓸 수 있을까 의문이다. 나는 타자속도가 글 쓰는 속도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지금 이 글도 아주 형편없게 쓰면서도 빠른 타자속도보다 상당히 느리게 쓰고 있다. 이러한 속도로 글을 써서야 얼마나 쓰겠는가? 뻔한 패턴의 반복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나는 아직 그 뻔하다는 패턴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아주 초보적인 학습도 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대중적 작가에게서 배우고자 한다. 고도의 문학성은 내가 추구할 바가 못 되기 때문이다.


다니엘 스틸의 책은 대체적으로 1권당 한 400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다. 400페이지의 책이 70권이니까 이 영어책들을 다 읽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나는 보통 하루에 2시간 정도 책을 읽는다. 1시간에 20페이지씩 읽는다고 가정을 하면(나는 내가 1시간에 얼마나 읽는지 아직 잘 모른다. 대략 20페이지는 읽지 않을까?) 400페이지를 읽으려면 20시간이 걸리고, 20시간은 꼬박 10일에 해당한다. 1권당 10일이니까 70권이면 700일이 걸릴 것이다. 700일이면 2년이 아닌가? 아주 까마득한 기간이다. 내 인내심으로 도저히 감담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닌 것만도 사실이다. 내 인생에서 2년이라는 기간의 여가시간을 다니엘 스틸 책 읽는 데 할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여러가지 의문점이 들고,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일단 시도를 해 보자. 

책을 읽을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최근 한글책을 읽었는데, 읽을수록 책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기본적으로 나이탓에 읽는 내용이 빨리 이해가 되지 않아 1페이지를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에는 심지어 같은 문장을 서너번 반복해도 도대체 내가 뭘 읽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내 지적인 능력이 점점 퇴화하고 있는 듯한 우려가 있다. 나는 한글책을 아주 느리게 읽는다. 1시간에 20-30페이지 정도. 그런데 영어책도 비슷한 속도로 읽는 듯 하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 특히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 속도가 무지무지하게 빠르다. 내 딸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금 중학교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책을 빨리 읽는다. 물론 읽은 내용을 물어보면 잘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있지만 말이다.


확실히 속독은 독서의 매우 중요한 기법 중의 하나이지만, 나에게는 터득이 불가능할 것 같다. 나는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읽고 경우에 따라서 쓸 데 없는 오독을 반복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책 읽기를 "교과서"를 통해서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와 "방학탐구생활"이 나의 독서의 전부였다시피 했다. 학교 수업 시간을 마치면 거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교과서는 시험을 보기 때문에 아주 주의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선창을 하면 우리 학생들은 후창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읽은 것의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풀이를 해 주셨다. 나는 그러한 교과서 읽기의 방법으로 지금껏 몇 안 되는 소설책을 읽었다.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다 오락이다 하면서 독서를 게을리 하고 있다고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 때보다는 독서를 좀 하는 편이 아닌가 싶다. 내 딸은 책을 엄청나게 읽어대지만 컴퓨터나 휴대폰 오락이라면 사죽을 못쓰고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내 딸은 부모의 극성스러움 때문에 교과서 외에 많은 읽을거리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책 읽는 재미를 알았다. 내가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중고등학교에서 특활 시간에 "독서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학창시절에는 소설이란 것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으며 책 읽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기에, 독서회란 나의 관심권 밖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니 바로 감수성이 예민했던 학창시절이야말로 책을 가장 많이 읽었서야 했던 시기가 아닌가 한다. 


말이 길어지고 글의 연결은 말 그대로 횡설수설이다. 이제 끝맸어야 겠다. 아무튼 영어책을 될 수 있으면 쉬운 것을 많이 읽어 나의 글쓰기 실력을 배양하고 싶다.  



'딴나라말 > 영어책 읽고 생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한 여자(A good woman) - 다니엘 스틸  (0) 2014.09.05
소설가 다니엘 스틸  (0) 2014.08.29
읽기와 듣기  (0)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