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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은 바람직한가

Posted by 약간의여유
2014. 8. 29. 14:41 알고배우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매춘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먼저 과연 매춘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따져보고 싶다. 만약 매춘이 바람직하다면 합법화에 대해 논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매춘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도 언제나 불법화, 즉 법적으로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매춘의 합법화 가능성에 대해서 따져 볼 수 있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정책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상식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다.  

1. 우리는 대체적으로 매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결혼한 사람은 매춘이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민법 제826조제1항에서는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동거"의 의미를 상대방에 대한 성적 순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법 제840조에서도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부정한 행위"란 결혼 상대방이 아닌 자와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매춘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된다. 형법에서도 간통을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41조에서는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법률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매춘에 대해서는 비난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거의 모든 종교(기독교, 불교, 유고, 이스람교 등)는 부부 외의 성적행위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종교가 개인 행위를 통제하는 규범력을 점점 상실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옳고 그름의 판단에 관해서라면 여전히 매춘은 비난 받을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매춘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매춘을 하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에서는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 법이 특이한 것은 그 제1조에서 성매매를 처벌하는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성매매피해자를 보호한다는 규정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성매매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피해자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법적으로 자발적인 성매매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목적이 무엇이지에 대해서는 다소 확실하지 않은 점이 존재한다. 

그럼 윤리적으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매춘이 비난받는가? 일부 종교에서는 미혼자라도 매춘을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것 같다. 내가 알기론 최소한 기독교에서는 미혼자의 매춘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비기독교인들도 성매매에 대해서는 비난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매춘을 처벌하고 있는 점으로 보더라도, 사회적인 도덕 관념상으로도 매춘이 비난받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춘에 대한 윤리적인 비난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확립된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유동적인 측면도 있다.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의 매춘에 대해서는 유독 비난이 심해진다. 사회경제적인 계층이 낮은 서민(과연 인간에게 높고 낮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높고 낮음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매춘에 대해 비난이 심하지 않다. 

또한 연령대별로 매춘에 대한 생각도 다를 것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5여년 전 70대로 보이는 어떤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중년 시절에 부인을 잃은 후 성매매한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고 고백하셨다. 할아버지는 분명 종교인이 아니셨다. 그럼에도 성매매에 대해서는 강한 죄책감을 느끼고 계셨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 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이의 행태나 관념상 성매매에 대해서는 노년층보다는 조금 관대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렇더래도 성매매한 사실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성매매는 그리 바림직한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매춘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2. 매춘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인간은 자유롭다. 인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매춘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는다면 그 행위가 누구에겐가 피해를 주기 때문이어야 할 것이다. 남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허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삼아 과연 매춘의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따져 보고 싶다. 

강압에 의해 매춘을 한다면 피해자가 명확할 것이다. 강압을 당한 사람이다. 그는 직접적으로 자유를 빼았겨 자기가 싫은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면 이 때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결혼한 사람의 경우에는 상대 배우자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혼인 사람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 피해자가 누구인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다. 매춘은 성을 사고 파는 것이다. 성이 상품화된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서비스(봉사)의 차원을 뛰어넘어 인간의 몸이 상품화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존속하기 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념은 "인간이 존엄하다"는 관념이다. 인간의 몸이 상품화된다는 것은 인간이 그 존엄성을 잃고 상품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미칠 수 있다. 여성이나 남성의 몸이 돈으로 환산된다면 우리는 상대의 얼굴이나 몸매에서 돈더미를 보게 되지 않을까? 인간을 그 보편적인 가치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 "가족제도"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가족는 결혼과 출산을 기반으로 성립된다. 물론 혼외 출생도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에 의한 출산보다 자녀의 보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매춘은 대부분 자녀의 출산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오직 성욕의 해결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지 않고서도 돈만 있으면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면 결혼을 하려는 욕구가 줄어들 수도 있다. 결혼이 줄어들면 우리 사회의 기반을 구성하는 무엇인가가 붕괴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결혼율의 하락이 가족제도의 붕괴, 나아가서 사회 기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목으로 생각하고 싶다)

매춘의 피해자는 바로 매춘에 참여하는 당사자라고 볼 수도 있다. 매춘이 인격의 황폐화를 초래한다면 그렇다. 과연 매춘이 인격의 활폐화를 초래하는가? 매춘은 성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성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다. 단순히 남녀간의 교접만이 성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매춘은 확실히 남녀간에 있을 수 있는 무척 다양한 교류 중에서도 단지 성교만을 크게 부각시킨다. 더구나 성교의 목적까지도 돈의 지불이라는 수단으로 아주 간단하게 해결하도록 한다. 사람은 "돈"이라는 값싼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온갖 감정적 교류나 다양한 인간관계 기술이라는 값비싼 수단을 동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성을 매춘을 통해서 해결한다면 인간관계가 황폐화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매춘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서 더욱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인데, 매춘이 개입됨으로써 인간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 

"사회적 낙인"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춘 참여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매춘에 대해서는 사회적 평가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매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다면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게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은 그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마약과 매춘은 어떤 면에서 다른가? 누군가는 마약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만, 매춘은 성적 불안정을 해소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3. 매춘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없어지기는 어렵다. 

아주 오랫 예날부터 성은 상품으로 거래되어 왔다. 또한 고대종교에서는 매춘에 종교적인 의미까지 부여해 미화하기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불법이었지만 일부집창촌에 대한 단속을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묵인하였으나, 최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강력한 단속을 통해서 과연 매춘은 근절될까? 많은 사람들이 매춘은 근절되지 않았다고 근절될 수도 없다고 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성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사람에게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모두 상품화가 가능하다. 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해서 그것을 줄이려는 노력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매춘을 줄이려는 국가의 정책은 법률로서 매춘을 불법화하고 처벌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집창촌에 대한 관리를 한다거나,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거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4. 매춘의 문제점

매춘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돈에 의해서 사람의 성적인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결혼에 있어서 개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그의 경제적인 지위와 같은 외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는 것은 결국 매춘과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매춘의 원인은 부의 불평등한 분배에 있다고 한다. 여태까지 모든 사람의 부가 절대적으로 평등하게 분배된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산사회에서도 절대적으로 평등한 분배는 불가능했다. 설사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은 완전히 공평하게 분배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돈"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성의 강탈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사회가 불평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한 매춘은 없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이 돈이나 권력과 같은 기준에 따라 짝짓기를 하게 된다면 이것은 넓게 봐서 매춘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경제적 관계에 따른 결혼도 사실상 양 당사자 사이에 지속성이 있을 뿐이지, 성과 부를 서로 교환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이 완전히 외부적인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고 온전히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성행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과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인가? 여기서 외부적인 영향력과 자발적인 선택을 각각 무엇으로 볼 것인가도 여전히 문제다. 사람의 외모는 과연 성행위의 외부적 영향력인가, 아니면 자발적인 선택의 기준인가? 사람의 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의 성격이라는 내면적인 특성은 어떻게 볼 것인가? 

사람이 외모나 성격에 따라 짝짓기를 대상을 정하는 것도 내면적인 자발적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한 기준도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지 않는다. 

생각을 반복할수록, 매춘의 문제는 참다운 사랑이란 과연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도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