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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언어

Posted by 약간의여유
2021. 6. 1. 12:10 요즘뭘하고

지도자는 추종자를 이끄는 사람인데, 그 주된 수단은 언어이다. 민주정치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지도자는 강압적인 수단이 아니라 언어라는 수단으로 민중을 이끈다. 

대중이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각 시대별로 선택의 기준이 달랐을 것이다. "안철수"의 경우 언어가 조금 딸리는 것 같지만 몇 년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안철수가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힘든 시점이므로 당장 언어 능력이 안철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과거 3김 정치인 중에서 "김영삼"은 언어가 딸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는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간결한 언어 구사가 오히려 그 카리스마를 돋보였을지도 모른다. 경상도 사람 특수의 무뚝뚝하면서도 의지가 넘치는 언어 구사는 또 다른 지도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지도자가 자신이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국가의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최근 정치 지도자는 아니지만 경제계에서도 롯데의 경영권 세습 과정을 보더라도 결국은 한국어를 조금 더 잘 한다고 평가되는 동생이 사업 규모가 큰 한국의 경영권은 물론 일본 롯데의 경영권마저 거머쥘 수 있는 입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런데 롯데 신동빈 회장의 언어를 들어보면 아직도 한국어가 상당히 서툴다는 느낌은 갖게 된다. 본인은 무진장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품 안에서 듣고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일본어보다 훨씬 못 미치는 실력에 불과할 것이다. 신동빈 회장에게 한국어는 모국어가 아니다. 마치 외국어처럼 인식되었을 것이다. 

 

최근 김일성의 일대기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김일성은 조선어에는 서툴지만 중국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나한테는 상당히 의외였다. 김일성은 방송 등을 통해서 한국어를 상당히 잘 구사하는 것으로 묘사되곤 했으니가 말이다. 김일성의 어머니는 한국인이었고 당연히 한국어가 모국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어 구사가 서툴렀다는 것은 김일성이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위 사람이 대부분 중국인이나 러시아인이었으므로 조선어를 구사할 기회가 많지 않았으므로, 자연스럽게 조선어보다는 중국어나 러시아어가 더 친숙하게 되었을 듯하다. 그랬던 김일성이 해방 이후 북한의 지도자로 부각되고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일성이 정치 지도자라기보다는 군사 지도자였다는 것이 큰 작용을 했을지도 모른다. 혼란한 틈에는 무력이 언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테니까. 또 북한에서의 권력 획득은 독자적인 세력이었다기보다는 러시아의 후원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일성은 민중의 자발적인 지지를 통해 지도자가 되었다기보다는 아마도 러시아의 군사적인 뒷받침에 의해 권력을 장악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