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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판? 주판?

Posted by 약간의여유
2021. 5. 31. 12:57 카테고리 없음

포켓 영어 사전을 첫 페이지에 abacus의 뜻으로 "수판"이라고 나와 있었다. 순간 의심했다. "주판"이라는 뜻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왠 "수판"이라고 나오는 걸까? 영어 사전에서 오류가 발견된 것일까?

 

인터넷을 살펴보니, 수판과 주판은 동의어라고 한다. 수판이 잘못된 말은 아니었다. 

 

위키사전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주판(籌板, 珠板, abacus)은 계산을 하기 위한 도구이다. 드물게 수판(數板)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주판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사람은 수판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이 영어 사전의 편집자였을 것이다. 

 

인터넷을 찾다가 어떤 블로그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유명한 영문학자가 "율리시즈"라는 제임스 조이스의 저서를 번역했다. 블로거는 번역본에서 "조끼"라고 되어 있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영어 원문에는 jug라고 되어 있었단다. 

 

일반적으로 jub는 단지라고 번역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율리시즈에는 우유 배달 할머니가 jug에 우유를 담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저그를 "조끼"라고 번역했다. 이 조끼라는 번역은 원래 일본어에서 jug를 음차하다가 일본어 특유의 발음법 때문에 조끼가 된 것이고, 그것을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번역가가 jug라는 영어 단어를 "조끼"라고 번역하였다. 

 

언어란 사회적 관심으로 만들어지고 변형된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동일한 대상을 표현하는 무수히 많은 말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골동반"이라고 했던 것이 지금은 "비빔밥"으로 통용된다. 요즘 사람에게 골동반이 뭔지 알 방법이 없다. 

 

요즘은 영어가 일상생활에 많이 침투하고 있다. 그래서 "주판"을 "애버커스"라고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것은 기우일지 모르겠다.